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잘되는 게 꼴보기 싫어 학폭미투? 도 넘는 가해자 응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이다영 선수. 푹 쉬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세요. 사랑합니다"

최근 불거진 체육계의 학교폭력 문제에 관해 일부 팬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를 옹호해 논란이 된다. 일각에서는 선수 보호라는 명목 아래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폭력은 일상다반사, 잘 보는 꼴 보기 싫어 그런 것"…도 넘는 일부 팬들


머니투데이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 / 사진 = 뉴스 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이다영의 팬카페에는 '이다영 선수의 복귀를 축하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다영의 팬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는 팬들이 직접 기록한 메시지가 올라왔고, 이 메시지는 응원 사진으로 만들어져 SNS에 확산됐다.

이 메시지에는 '시간이 약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모든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푹 쉬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라'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감정낭비 하지 말고 행복하게 배구하라' 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17일에도 이재영의 팬카페에 "폭력은 일상다반사인데 잘 되는 꼴 보기 싫어 그러는 세상이 안타깝다"는 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이재영의 한 팬은 "피해자는 개인적으로 만나 해결하지 왜 언론에 제보를 했나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18일에는 대한체육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 답변서'에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으로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 비판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논란이 일자 "가해자가 청소년인 점을 감안해 차후에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화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전 의원은 "가해자의 권리 보호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신에게 맞는 것은 당연"…피해자 짓누르는 '선배의 무게'

머니투데이

/사진 = 뉴스 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를 옹호하는 문화가 체육계 학폭 근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이 선배·동료·감독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고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인권위의 2019년 조사(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 대상)에서도 신체폭력을 당한 초등학교 선수 2320명 중 38.7%(898명)가 "폭력을 당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초등학생 때부터 이미 폭력을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로가 체육계 전반의 '학폭 전통'을 해소하는 계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폭을 경시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팬들의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이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강영 동서대 체육학과 교수는 "체육계에서 신과 다름없는 선배·감독들에게 저항하기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며 "학폭을 경시하는 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를 막아 제2, 제3의 이다영·이재영 자매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