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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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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차기 대통령·서울시장을 기다리며…대세론과 초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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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대세론’, 혹은 ‘혼전 양상’, ‘박빙 접전’, 이런 말을 흔히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박빙’이란 말도 쓰고 ‘골든크로스’, 혹은 ‘막판 뒤집기’, 이런 말도 한다. 대세론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떤 후보 한 사람이 오차 범위를 훌쩍 벗어나 앞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상당 시간 계속 되면 선거 판세가 굳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에서 대세론을 이야기한다. 가령 작년8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있을 때 정치부 기자들은 ‘어당락’이란 말을 했었다. “어, 어차피, 당, 당선은, 락, 이낙연이다”, 그런 뜻이다. 결과는 그 말처럼 됐다.

선거와 후보들의 경쟁 구도를 말씀 드릴 때마다 저희가 꼭 덧붙이는 말씀이 있다. 무엇이든 장담하는 사람,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1년 남았고, 차기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는 한 달 보름쯤 남았다. 그래도 아무도 모른다. 일본 열도에 지진이 또 언제 일어날지, 캘리포니아 산불은 언제 또 일어날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송이가 어느 방향으로 춤을 출지 이런 것은 정말 모른다.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바람이 동쪽에서 불지 서쪽에서 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다만,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안다는 대 전제 하에 오늘 현재 주어진 결과로 몇 가지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 진단할 수는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누가 가장 앞서 있을까”, 하는 질문은 누구나 궁금하다. 먼저 오늘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제주도에 있는 9개 언론사가 한국갤럽·엠브레인퍼블릭 등에 의뢰해서 이번 주 월, 화, 수 사흘 동안 2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했다. 먼저 엠브레인 결과는 이재명 경기지사 22%, 이낙연 대표 13%, 윤석열 총장 5.7%, 안철수 대표 3.9%, 원희룡 제주지사 3.9%다. 한국갤럽 결과도 한 줄로 세운 순서는 같았다. 이재명 20.8, 이낙연 10.9, 윤석열 3.9, 안철수 3.6, 원희룡 2.9 순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이 짐작하고 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뭔가 조사가 잘못됐고, 그 숫자가 뒤틀려 있어서 믿을 수 없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든 그것은 개인의 판단이고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과거 왜곡된 여론조사가 진짜 민심을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 다만, 그래도 여론조사는 사회과학이라는 점, 적어도 과학적 통계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내 판단, 내 입맛에 맞는 결과만 수용하려고 한다면 이런 여론조사를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무튼 앞서 말씀 드린 제주도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을 두 가지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주하고 있는 듯한, 혼자 앞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같은 당 이낙연 대표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22대13, 20대10.9, 이런 결과였다. 또 하나는 이른바 부동층, 태도 유보층, 그러니까 “지지 후보가 없다”고 대답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유권자가 거의 절반이나 됐다. 엠브레인 조사에서는 유보층이 44.6%,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53.7%였다.

자, 우리는 더블 스코어 ‘이재명 대세론’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 절반 부동층이 있는 ‘안개 속’이라고 해야 할까. 더블 스코어로 앞선 이재명 지지율도 말 한마디 잘못 나가고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하루아침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일까. 부동층이 절반이나 된다는데…. 아니면 적어도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에게 ‘줄서기 현상’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또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단체나 기관이나 기업 등등은 이재명 후보 측에게 이른바 유형·무형의 ‘보험’을 들고, 그에 맞춰 중장기 대처 플랜을 짜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일에 민감하고 조금 더 깊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만나는 사석에서 어떤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까.

그런가 하면 이낙연 대표는 어떤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표에 취임한지 다섯 달이 지났고, 이제 대선에 출정하려면 임기가 17일밖에 안 남았다. 대선 1년 전인 다음달 3월9일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대표 취임한 이후 지지율이 1위에서 한참 뒤쳐진 2위로 떨어졌다. 어떤 신문은 “곤두박질쳤다”는 표현까지 썼다. 관리자로서 ‘관리의 정치’는 잘했지만, 야당과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에는 모자랐던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친문 진영에게 휘둘린다는 말도 돌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신중 모드’ ‘엄중 모드’, 이런 태도가 “색깔이 없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초에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역풍을 맞기도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에게 반전의 기회가 올까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는 ‘경선 연기론’의 불씨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민주당 당헌 제88조는 대선 후보 선출을 ‘선거일 전 180일(여섯 달)’에 해야 한다고 명시해놓았는데, 이것을 120일, 그러니까 ‘넉 달 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명분은 대략 두 가지다. 먼저 후보를 뽑으면 공격에 휘둘릴 테니 야당의 120일 규정과 시간표를 맞추자는 것,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더 진정된 이후에 경선을 치르자는 것, 두 가지다.

이것은 명분이고 속셈은 따로 있다. ‘1위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경선 투표를 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 더블 스코어로 앞서 있는 그로서는 시간을 늦출수록 이로울 게 없다. 그런데 민주당 내 어떤 진영에서는 이재명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 의구심은 두 가지다. 이재명이 대권을 움켜쥐게 되면 틀림없이 지금의 집권 세력에 대한 ‘제2의 적폐 청산’이 이뤄져서 줄줄이 감방으로 가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다. 둘째는 이재명 지사가 대선 후보가 안 되면 당을 뛰쳐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벌써 ‘이재명 탈당설’이 나돌고 있다. ‘제2의 이인제’라고 낙인찍으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올해 11월로 두 달 뒤로 연기하자는 ‘경선 연기론’에는 이재명 지사를 빼놓고는 잠재적 후보들 모두가 싫지 않은 기색이다. 이낙연 대표, 박용진 의원, 정세균 총리,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이들이다. 오는 5월 민주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전당대회가 열리면 이런 흐름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야권에서는 아직도 윤석열 대권주자가 유일한 희망일까. 추미애 법무장관이 물러나고 문대통령이 윤 총장을 “우리 정부 사람”이라고 한 뒤에 윤 총장의 기세는 확연히 꺾였다고 봐야할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辭意) 파동’이 계속 되고 있고, 정권 비리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수사 의지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윤석열 총장의 대권 후보 가능성은 그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여론조사에 표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시청자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한때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율에서 앞섰던 윤 총장이 지금은 거의 반의 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그것이 지금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몇 번이고 엎치락뒤치락 할 수 있다. 윤 총장이 오는 7월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면 지지율은 금세 반등할 수도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무소속 홍준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대표, 원희룡 지사, 이런 후보들이 야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끌어 모으는 동력으로 작동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희가 제주도 여론조사만 갖고 말씀 드린 것이 아니냐면서 전국 조사와 크게 다를지도 모른다는 시청자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실까봐 하나 더 말씀 드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네 곳, 그러니까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제주도 조사와 같은 기간인 이번 주 월,화,수 사흘 동안 전국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다. 이재명 27%, 이낙연 12%, 윤석열 8%로 나타났다. 보름 전에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는 이재명 27%, 이낙연 14%, 윤석열 9%였다. 그래서 이런 조사를 전하는 언론들의 기사는 대체로 이렇게 돼 있다. “이재명 지사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2,3위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재명 대세론을 말하기는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보십니까. 상황은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십니까.

한편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도 오늘 아침에 새로 나와 있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서 조사했는데,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면 야권의 누가 후보로 나서도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대1 가상대결에서 박영선 대 안철수는 39.3% 대 39.4%다. 이 신문은 “초박빙”이라고 표현했다. 부산시장 양자대결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40%대 28%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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