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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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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교사 1심서 실형 선고…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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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2012년 학생 5명 강제추행 혐의…재수사 후 기소

"피해자 진술 일관…성적 수치심·혐오감 느끼게 하는 행동"

"형량 아쉽지만…학교현장 안전해지는 데 기여했다 믿어"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노컷뉴스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한국여성의전화는 1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가해교사 A씨에 대한 1심 선고직후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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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스쿨미투'를 촉발한 도화선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용화여고 국어교사 A(5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각각 5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학교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학생 5명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제자들의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거나, 볼을 깨물고 가슴 부위를 손으로 치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높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설령 피해자 진술 일부에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해도, 8년이란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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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여고 졸업생들이 모인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의 피해당사자가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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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모두 본질적인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 (사건)당시 상황이 구체적이고 분명할 뿐 아니라, 내용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경험칙에 반(反)한다 보여지는 부분도 없다"며 "담임교사였던 피고인에 대해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갖고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신체접촉이 있었다 해도 사제 간 자연스러운 소통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 혐의 중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은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 자체로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집합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항의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였고 피고인이 담임교사로 피해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교육자로서 학생을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악용해 피해자들을 1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했고 기간이나 횟수, 피해자 수와 관계에 비춰볼 때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A씨가 공판 내내 반성 없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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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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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에 비해 형량이 다소 낮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해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는 "피고인에게 실형이 내려진 것은 지난 3년간 전국에서 활동한 참여자들이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구형에 비해 형량이 낮아진 점, 5년이 지나면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의 취업제한이 풀린다는 것은 상당히 미진한 법적 조치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위원회가 재판에 앞서 설문조사 결과 등 충분한 정황증거, 물적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경찰과 교육청 등의 미비한 조치에 깊은 슬픔과 분노, 아쉬움을 표한다"며 "이 재판결과가 향후 스쿨미투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해당사자 B씨는 직접 낭독한 입장문을 통해 "본 재판의 피의자 외에도 다수의 가해자들이 존재하지만 단 한 사람에 대해서만 형사재판이 열리게 된 것은, 이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 외엔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진술에 나서는 피해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용화여고를 생각하면 시끌벅적해진 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재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이 우리의 시작에 동조해주었던 것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해교사들의 징계 이후 학교를 찾았던 경험을 들어 "학교 현장에 가서 마주한 학생들은 여전히 선생님들의 팔을 붙잡고 웃고 있었고, 교사 한 분은 '그래도 덕분에 학교현장이 깨끗해졌다'고 내게 말했다"며 "우리의 오늘이, 학생과 교사가 멀어지는 일 없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 없이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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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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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 활동가는 "오늘 우리는 한 개인을 감옥으로 보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있는 전국 학교에서 교사라는 지위, 권력으로 학생들에게 행한 '학내 성폭력'을 감옥에 보낸 것"이라며 "이 학생들이 싸워오는 동안 대체 책임 있는 부서들은 어디 있었나. 이 판결이 남긴 많은 과제를 행정부·교육부·교육청, 학교 교사들이 받아 다신 이러한 비참한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4월 재학생들이 학교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위 캔 두 애니싱(We can do anything)' 등의 문구를 붙이며 동참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당초 검찰은 지난 2018년 12월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이듬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등이 진정서를 접수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보완수사 끝에 A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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