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안혜진(왼쪽)과 강소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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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GS칼텍스는 시끄럽다. 코트, 웜업존, 벤치 할 것 없이 큰 목소리로 외친다. 감독, 코치, 선수들의 소통이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명나는 두 선수를 꼽으라면 강소휘(24)와 안혜진(23)이다.
GS칼텍스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다. 최근 3승 1패를 거두면서 선두 흥국생명을 승점 2점 차까지 추격했다. 정규시즌 역전 우승도 가능하다. 지난 17일 김천 도로공사전에서도 1세트엔 접전을 펼쳤지만 듀스 접전 끝에 승리한 뒤 무서운 기세로 3-0 승리를 거뒀다.
주전 세터 안혜진은 이날 날카로운 서브로 도로공사 리시브 라인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특히 2인 리시브의 허점을 노린 짧은 서브가 일품이었다. 안혜진은 "경기 전 연습까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안했다. 감독님도 서브 코스를 얘기해줬다. 아무래도 리시브 이후 공격이 힘들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했다"고 전했다. 강소휘는 "연습 때도 안혜진 서브는 받기가 싫다"며 웃었다.
GS칼텍스 세터 안혜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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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강소휘는 이날 6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서 메레타 러츠(22점)-이소영(10점)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강력한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3개)도 선보였다. 강소휘는 "혜진이가 잘 올려줬다. 발목 부상으로 쉬고 난 뒤, 마음가짐이나 의지가 불타는 거 같다. 힘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사실 다칠 땐 시즌아웃도 각오했는데 다행히 아니라서 텐션이 더욱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코트 위에서 엄청나게 활동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GS칼텍스를 상징하는 단어는 '미친개 작전'이다. 차상현 감독이 2017년 천안 컵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코트에서 경기가 되든, 안 되든 미친개처럼 뛰어다니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제천 컵대회에서도 '미친개'처럼 뛰어 우승했다.
GS칼텍스 강소휘. 정시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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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자' 강소휘는 GS칼텍스에서도 가장 에너지 넘치는 선수다. 남자 선수같은 와일드한 폼으로 공을 때리고, 몸을 날린다. 안혜진의 별명은 '돌아이몽'이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게 차상현 감독에게도 스스럼없이 장난칠 정도다. 이 모든 기운이 코트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둘의 기를 살린 건 차상현 감독이다. 차 감독은 평소 경기가 안 될 땐 엄하게 꾸짖지만, 때론 장난을 받아주거나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넌지시 이야기한다. 차 감독은 "선수가 잘 못 할 땐, 떨려서일 수도 있고, 자신이 없어서 일수도 있다. 상황에 맞게 당근과 채찍을 준다"고 했다.
이미 4~5년간 호흡을 맞춘 두 선수도 차 감독 스타일을 잘 안다. 강소휘는 "당근보다 채찍이 더 많다. 내게는 채찍이 99다. 진짜 잘할 때만 칭찬한다"면서도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안다. 우리 팀은 외부 FA를 데려온 적이 거의 없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키워서 만드셨다. 나를 키우신 분이라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실 감독님 흰머리 지분의 반은 나"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 혼나면 '다 죽었어'라는 마음으로 투지를 불태우기도 한다"고 했다.
GS칼텍스 선수들을 독려하는 차상현 감독. 김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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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진은 "나도 당근보다는 채찍이 많은 편이다. 감독님께서 '네가 이겨내야 한다'고 하는데 당근인지 채찍인지 모르겠다. 나는 감독님이 머리 빠진 데 책임이 크다"고 웃었다.
둘은 프로에 온 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정규시즌 1위가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은 어떨까. 강소휘는 "과하게 욕심 부리면 스스로 고꾸라지는 면이 있었다. 지금처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했다. 안혜진은 "솔직히 욕심이 안날 수 없다. 다만 과하면 안 된다. 한 경기에 신경을 써서 공격수들과 맞출 수 있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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