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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총선 땐 '이남자'였는데...서울시장 선거는 '이여자'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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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고 박원순(앞줄 왼쪽부터) 전 서울시장과 박영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018년 4월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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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대 여성 유권자, 이른바 ‘이여자’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4ㆍ15 총선 때는 문재인 정부의 ‘여성 친화 정책’ 기조에 반발한 ‘이남자'(20대 남성)가 대거 여권에서 이탈한 바 있다. 당시 20대 여성은 여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으나, 총선 이후 달라졌다.

우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비롯한 잇단 권력형 성폭력 사건, 젠더ㆍ소수자 이슈에 당ㆍ청이 소극 대처하는 사례가 쌓인 것이 결정적 배경이다. 20대 여성은 촛불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그들의 높은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지며 투표를 비롯한 정치 자체에 등을 돌리려는 징후도 감지된다.

대선ㆍ총선 때 與에 표 몰아준 ‘이여자’ 42%, “선거 때 정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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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추이. 신동준 기자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이달 4~6일 실시)의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만 18~34세 여성 유권자 중 이번 선거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ㆍ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국정 안정론)라는 응답은 47.4%였다. ‘정부ㆍ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정권 심판론)는 주장에는 41.9%가 공감했다. 두 의견이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팽팽했다. 18~34세 남성은 심판론(52.2%)이 안정론(33.2%)을 20%포인트 가까이 앞선 것과 비교하면, 젊은 여성들이 아직 여권의 상대적 우군인 셈이다.

다만 20대 남녀에서 동시에 ‘정권 심판’ 기류가 나타난 건 이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2017년 19대 대선 직전 실시한 ‘예상 득표율’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6%가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대 여성 사이에서 8%였다. 지난해 총선 당일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도 20대 여성의 63.6%가 민주당 후보를 택했다. 20대 남성의 이탈(민주당 후보 지지 47.7%ㆍ통합당 후보 지지 40.5%)을 완충한 셈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2010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마다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20대 여성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평가는 37%, 못한다는 평가는 45%였다. 오차범위(±3.1%포인트) 밖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野 반사이익? “지금은 가능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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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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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전 시장을 민주화ㆍ인권 운동에 앞장선 사람으로 보는 중장년 세대와 달리 20대 여성은 그런 부채 의식이 없다”며 “민주당이 6개월 내내 사과조차 하지 않으며 감싸기에 급급하자 실망감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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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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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대 여성의 실망이 야권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여성 사이에서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23.4%)이 지지율 1위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3%였다. 18~34세 남성은 안 대표(30.9%)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14.6%) 등 보수 야권 후보 선호도가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4%에 그쳤다. 20대 남성 사이에선 민주당(18%)과 국민의힘 지지율(17%)이 팽팽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를 돌파한 적이 없을 정도로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뿌리 깊다”며 “민주당이 싫어도 야권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 그보다는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다시 정치에서 멀어지나


가장 큰 문제는 여권에 대한 실망과 대안 세력의 부재가 20대 여성의 ‘정치 냉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이번 조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18~34세 여성은 53.1%에 그쳤다. 18~34세 남성(60.3%)보다 7.2%포인트 낮다. 과거 20대의 대선 투표율이 ‘2007년 17대 47.2%→2012년 18대 69.0%→2017년 19대 76.2%’ 등 고공 행진을 거듭한 배경에는 20대 여성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이 끊길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한울 전문위원은 “촛불 정국을 거치며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로 도약할 거라는 정치적 기대가 20대 여성의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며 “어느 정당도 20대 여성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대 여성인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0대 여성들은 민주당을 믿고 지지했는데, 정작 젠더 이슈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 문제를 당 차원에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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