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같은기간보다 9.8% 많아
가계·비영리단체 9조·기업 5조
빚투 21조원 훌쩍 ‘역대 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속에 시중 통화량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풍부해진 가계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주식 투자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3000선 밑으로 떨어지며 주춤했던 코스피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주식 빚투’가 연일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7일 한국은행의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191조3000억원으로, 11월보다 13조원(0.4%) 늘었다. 10월의 34조원(1.1%), 11월의 28조원(0.9%)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전년 동월과 대비하면 9.8% 불어났다. 주체별로는 가계·비영리단체에서 전월보다 8조9000억원, 기업에서 5조4000억원이 늘었다. 반면 기타금융기관에서는 4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통화량이 260조9000억원 늘어나며, 9.3%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9년의 7.0%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치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 예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금융상품 중에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8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7조9000억원) 등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2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은 상대적으로 소폭인 9140억원이 늘었다. 한은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통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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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해진 유동자금은 대거 주식시장에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7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로, 1998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지난달 말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자기자본 100%)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중단했던 증권사들이 한도에 여유가 생기자 이달 들어 대출을 재개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출받은 자금을 주식투자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빚투’ 규모로 볼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신용거래융자도 늘어난다. 최근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의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다시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무리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엄형준·김준영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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