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중국 등 해외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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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를 받아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2차 공판이 1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공판 당일 오전 8시쯤부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정인이 사건에 분노하는 시민들 50여명이 남부지법 정문 앞에 몰렸다. 이들은 “살인공범 일부 즉시 구속하라” “살인죄 사형” “입양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었다.
남부지법 정문 좌우로는 근조 화환 100개와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 영정 사진 12개가 놓였다. 각각의 사진에는 “○○아 미안해”라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렸다. 이 사진들을 설치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가 정인이뿐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동학대를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남부지법 앞에 근조 화환과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 영정 사진이 놓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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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0분쯤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가 탄 법무부의 호송 버스가 남부지법 정문으로 들어서자 시위대는 발칵 뒤집어졌다. 그전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던 시위대 50여명이 한꺼번에 주위로 몰려들었고, “장○○ 살인!” 등의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일부 시위자는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천경찰서 측이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지했지만 감정이 격해진 회원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정인이의 양부 안모씨는 법원에 신변보호를 신청해, 장씨와 비슷한 시간에 취재진과 시위대를 피해 법원에 들어갔다. 안씨는 지난달 13일 첫 공판에서도 법원을 나설 때까지 경찰과 법원 직원들의 신변 보호를 받았다. 당시 법정 앞에 진을 친 시민들 사이를 안씨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 대표는 이날 “아침에는 약 100명 정도 온 것 같고 재판이 오후 4시까지 3차례에 나눠 진행되는 만큼, 아이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찾아오는 회원들도 많을 것 같다”며 “약 200명이 17일 하루 동안 남부지법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 충북 충주에서 오전 6시에 출발했다는 빈태관(35)·박나래(30) 부부는 “5살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인데 정인이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맞벌이인 부부가 둘다 휴가를 내고 올라왔다”고 했다. 중국에서 5년 전에 취업비자로 한국에 넘어왔다는 중국인 계진영(48)씨는 “정인이 사건을 뉴스에서 접한 후 한국·미국·캐나다 등 해외에 있는 중국인 엄마들에게도 사건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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