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5만 달러 넘은 비트코인의 미래
영역 확대할수록 자신의 죽음 앞당길 수 있어
긴 연휴 잘들 보내셨는지요? 설날과 미국 공휴일이 겹쳐 그동안 ‘3분 월스트리트’가 쉬었는데요.
돌아오자마자 비트코인이 한때 개당 5만 달러를 넘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연초부터 따지면 약 70% 치솟은 셈인데요.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 투자자와 월가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최근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시장에 안정감을 준 결과입니다.
특히 비트코인이 투자수단을 넘어 결제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달러를 위협한다는 식의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그 형태를 바꿀 수는 있어도 비트코인이 대체할 일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5만 달러 돌파를 계기로 시장의 전망을 다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오르든 내리든 정책에 영향 없어…달러에 위협 안 돼
이 말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데요. 거시적 측면에서 비트코인 가격의 등하락은 큰 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재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스톱 때처럼 너무 극심한 변동성이나 일부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면 모를까 비트코인 가격 자체가 정책 당국자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국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직은 이를 소유하거나 거래하는 이는 나라 전체로 보면 극소수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가격이 올랐으니 정부가 규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위법이나 조작, 테러에 악용 같은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누가 얼마나 쓰느냐 같은 전반적인 사용 범위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불라드 총재는 좀 더 의미 심장한 얘기도 했는데요. 그는 “남북전쟁 전에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도 자신의 달러를 찍었는데 할인 가격이 달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며 “달러는 이미 온라인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여기에 무슨 이슈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 증가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암호화폐가 주로 테러에 이용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물론 당장 규제가 이뤄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죠. 불라드 총재는 되레 비트코인이 아니라 유로나 엔화 같은 다른 통화가 달러에 더 큰 위협이라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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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무빙 타깃···크립토 공포탐욕 지수 ‘95’
이는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미중 간 대결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중국이 미국 기술을 계속 훔치고 경제성장을 하면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찍어내는 동안 미국이 넋놓고 있다면 중국이 빠른 시일 내 미국을 따라잡고 패권국이 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깨웠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억압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입니다.
미국은 움직이는 타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이 미국의 자정과 혁신 능력입니다. 자정과 혁신이 없다면 미국은 이미 미소 냉전과 일본, 독일의 도전에 무너졌어야 합니다.
다시 비트코인 얘기로 돌아오면 재무부와 연준이 비트코인이 달러를 무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해 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실제 거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이것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결제 보조수단에 머문다면 놔둘 수 있지만 선을 넘으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특히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미국의 안보와 직결됩니다. 미국의 안보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면 본격적으로 나설 겁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의 앞날 어딘 가에는 종착역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그 위상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격도 오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계속될 수는 없다는 말이죠. 매우 극단적이지만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쓰는 곳에 대한 금융제재에 나서기만 해도 비트코인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기축통화와 금융, 군사력의 시너지 효과는 그만큼 무섭고 강합니다.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의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거품이 끼어있는 것으로 비트코인을 꼽았는데요. CNBC에 따르면 펀드스트랫의 크립토 공포 탐욕지수가 95(전체 100)로 극도로 탐욕스러운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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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등도 비트코인 결제 검토···당분간은 뻗어 나갈 수도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이것으로 물건을 거래하기에는 추가적인 리스크가 너무 많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한계를 지목한 부분입니다.
비트코인의 한계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최근 그는 “비트코인이 진짜 화폐가 아니며 ECB가 비트코인을 사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돈세탁에 사용된다며 추가적인 규제를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비트코인 랠리는 과거와 다르며 기업과 월가에서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큰 틀에서 비트코인이 화폐나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대신할 만큼 뻗어나갈 수는 없지만 한동안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투자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수익도 중요하지요.
실제 초기 비트코인 투자업체인 마이크로 스트래터지는 6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을 투자대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우버는 비트코인 결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마스터카드와 BNY도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죠. CNBC는 “새로운 기업의 투자는 비트코인 가격을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영역을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자신의 죽음을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러니죠. 기업의 투자성향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안보 관련 사항은 더 그렇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비트코인을 과대평가하지 말 것. 달러를 대체하지 못하며 주도적인 결제수단이 되기 어렵다(보조는 가능)
둘째, 투자수단으로서는 당분간 매력이 있을 수 있다.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좋다
셋째, 규제에 취약하다. 결국 종착역이 있다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사고 있다. 투자자들은 화상을 입게 될 것이고 화상을 입으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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