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4차 설 연휴 이후 4차 재난지원금 대상·규모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핵심은 선별지원이냐 보편지원이냐죠. 민주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전국민 보편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재정상황을 고려해 취약계층에만 선별지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 63명은 특별법을 발의해 정부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해 빚을 100조원 가량 늘리라고도 했죠. 지금 재원이 없으면 나중에 돈을 돌려주는 증서인 '국고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가계 대신 국가가 빚을 지는 게 낫다"는 말도 설득력은 있습니다. 문제는 국고채라고 공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고채금리가 오릅니다. 사려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팔아야 할 물량은 늘어나니 더 높은 금리를 줘서라도 국고채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죠.
국고채 3년물과 국고채 10년물의 최근 1년 금리 추이/자료=한국은행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벌써부터 채권시장은 반응하고 있습니다. 10일 기준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825%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11월 이후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나랑 무슨상관이냐고요? 우리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리가 국고채 금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대출이 직접 연동돼있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등도 국고채 금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실제로 국고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뛰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벌써부터 3.5%로 전월대비 0.49%포인트나 올랐습니다. 대출조이기, 미국국채금리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국고채금리 상승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로 역대 최저치까지 낮춰놓았는데 도루묵이 된 꼴입니다.
━
"금리만 오르나…집값이 오를수도"
━
1월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은이 나서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한은이 어차피 돈을 찍어내는 곳이니, 돈을 찍어서 국고채를 사면 금리를 낮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적극적으로 '양적완화(QE)'에 뛰어들거나 아예 국고채를 직매입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서라는 주장입니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채권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11조원의 국고채를 매입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하지만 100조원의 과도한 양적완화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국고채가 정상적으로 팔리면 개인·금융기관 등이 금고·통장에 넣어뒀던 돈이 정부로 흘러가 각종 사업에 사용됩니다. 반면 한은이 돈을 찍어 이를 사버리면 개인·금융기관의 돈은 그냥 창고에 남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불어나고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셈입니다. 양적완화에 나선 미국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돼 실물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만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파트가 빵처럼 밤새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면 집값은 넘치는 유동성에 더 폭등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여당과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거 때문에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금리인상이나 자산버블 등은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지 말입니다. 당장의 재난지원금은 반갑지만 대출금리가 오르고 집 사기는 더 어려워진다면 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은 공짜가 아닙니다.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