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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수치, 쿠데타 사전 인지…체포 전 휴대폰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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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전 험악한 분위기 속 협상 결렬

뉴스1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왼쪽)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총사령관.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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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이달 초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 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군부 측 협상이 결렬되면서 수치 고문이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미리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총선 결과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온 미얀마 군부는 2월1일 쿠데타를 단행하고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핵심 인사들을 납치하거나 가택연금 조치했다. 11월 선거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476석 가운데 396석을 획득해 단독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통신에 따르면 수치 고문 측 대표단과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이 내세운 대리인들은 지난달 28일 직접 만나 총선 결과와 관련해 담판을 시도했다. 수치 고문과 흘라잉 총사령관의 관계는 이미 소원해진 지 오래이고 둘은 몇 달 째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 측이 내세운 대리인들이 양곤과 네피도에서 담판을 진행한 것인데 협상은 31일까지 최소 나흘간 이어졌다.

군부 측 대표단은 협상 테이블에서 11월 총선 결과를 재검토해 줄것을 두 차례나 수치 측에 요구했지만 수치 고문이 군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단호히 내보이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협상에 참여한 흘라잉 측 관계자는 "당신들 너무 나갔다. 무례하고 버릇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 고문 측 대표로 참석한 수치의 오른팔 초 틴트 스웨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군부는 또 이 자리에서 2월1일로 예정돼 있던 문민정부 2기 의회의 개원 연기와 선관위 해산, 군부 감독 하의 부정 선거 조사 등 최소 3가지 요구 조건을 1월29일 오후 5시까지 수용하라고 수치 고문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군부가 제시한 시한이 되기도 전에 이미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점이 기정사실화됐다. 한 소식통은 "오랜 시간 잘못된 인식과 불신을 겪었기 때문에 양 측이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월28일 담판이 결렬되면서 양곤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이미 무장 차량들이 이동을 시작했고 군부 지지자 수백명은 미얀마 대표적 불교 성지인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에서 행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군부 지지자들을 태운 트럭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이날 수치 고문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군부의 손에 들어갈까 우려해 직접 부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고문의 지인이자 NLD 고위 멤버인 윈 흐테인도 쿠데타가 임박했다고 여겨 가방을 싸놓고 체포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30일 군부는 "헌법을 수호하고 법에 따라 움직이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쿠데타 우려를 잠재웠으나 이틀뒤인 2월1일 새벽 3시 인터넷을 차단하고 내각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핵심 반군부 인사들의 자택을 급습하며 쿠데타를 감행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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