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집회금지에도 나흘째 대규모 시위 벌이자 '강경 진압'
물대포·최루탄·고무탄 발사 이어 "실탄 발포로 2명 중태" 주장도
미얀마 국민의 쿠데타 항의 시위에 군정이 실탄까지 발포한 것으로 추정돼 ‘유혈사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9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틀째 물대포를 쏜 데 이어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 한 목격자는 AFP 통신에 "허공을 향해 두 차례 경고 사격이 이뤄진 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면서 “몇 명이 부상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장에서 취재 기자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부상했고,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익명의 의사를 인용,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쏜 실탄으로 30세 남성과 19세 여성이 중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두 사람 중 여성의 머리에는 실탄이 박혀 있고, 남성도 실탄 사격을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료진의 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실탄 사격으로 시위대 가운데 사망자가 나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고 물대포와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곳에서는 경찰이 기자 1명을 포함해 시위대 최소 27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동북부 바고시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했고, SNS에는 양곤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이 올라왔다.
군정은 이날 오후 공보국 페이스북을 통해 만달레이와 양곤 일부 지역 등에 발령한 5인 이상 집회 금지 조처를 양곤 및 네피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집회 금지 지역에는 카친·카야·몬주 일부 지역 등도 포함됐다. 군정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전날 일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 및 집회 금지 조처에도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 네피도를 중심으로 미얀마 곳곳에서 나흘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오전부터 양곤시 산차웅 구(區)에서는 교사 200명가량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교사인 테인 윈 소는 AFP통신에 "군정의 경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유"라면서 "우리는 어떠한 군부독재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세인 구에서는 철도국 직원들이 거리로 나섰으며 북부 샨주에 있는 바고시와 다웨이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 나우는 “교사, 간호사, 철도 노동자와 보건분야 관계자 등 많은 공무원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면서 “네피도와 중부 마궤시에서 최소 5명의 경찰관이 엄한 처벌을 감수하고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국영TV인 MRTV는 이날 밤 뉴스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쿠데타에 대한 언급 없이 "만달레이에서 국가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에 의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적법하게 시위대를 해산하려던 경찰관들이 부상하고 경찰 트럭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88세대'로 최근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 꼬 나잉은 성명을 내고 3주 동안 계속해서 총파업을 진행하자며 "미얀마 전역의 시위대가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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