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국, 강경 진압 비판…뉴질랜드 제재 착수
경찰,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당사 한밤 급습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진 가운데 유엔과 뉴질랜드 등이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나섰다. 미얀마 시민들이 9일(현지시각)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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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하자 국제 사회가 군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얀마 경찰이 9일(현지시각) 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급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 정당 소속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 10여명이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당사 건물에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경찰의 당사 수색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양곤과 수도 네피도 등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네피도에서 시위를 벌이던 여성 한 명이 경찰의 발포로 머리에 부상을 당해 중태에 빠졌다고 한 의사가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의사는 “이 여성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엑스선 촬영 결과 머리에 실탄이 박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찰이 쏜 고무탄 또는 실탄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30살 남성이 중태에 빠지는 등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얀마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방송은 이날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 등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영 방송의 첫 시위 보도다. 방송은 나라의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이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방송은 10여년만에 최대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그동안 침묵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국제 사회의 미얀마 군부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유엔은 군부에 평화적인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올라 알름그렌 미얀마 주재 유엔 조정관은 “시위대에 대한 과도한 폭력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뉴질랜드는 이날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나나이아 마후타 외무장관은 이날 미얀마와의 모든 군사·고위 정치 교류를 중단하고 미얀마 군 지도자의 뉴질랜드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마후타 장관은 “우리는 군부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구속된 정치 지도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민간 정부를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를 향한 폭력을 강력 규탄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복원하고 구금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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