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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문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 황희를 보라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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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문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 황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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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은행 계좌를 몇 개 갖고 계신가요? 한 개요? 두 개요? 몇 개 있는지 모른다고요? 두 개 있는지 알았는데, 어느 날 은행에 가보니 휴면 계좌까지 있어서 세 개 있는 걸 알게 됐다고요? 가장 일반적인 저축예금 통장, 적금 통장, 연금 통장, 주택청약 통장, 새마을 통장, 등등 서너 개쯤 갖고 있는 게 아마 보통일 겁니다.

오늘 은행 계좌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오늘 인사청문회를 치러낸 황희 씨. 이 사람은 본인, 부인, 그리고 딸까지 3명 가족이 모두 46개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황 후보자가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 정도만 쓰고 지냈다”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계좌를 개설했다는 게 앞뒤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까지 황희 후보자 본인은 30개, 배우자는 15개, 딸은 1개의 은행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은행 계좌가 부부에게 45개나 필요했던 것일까. 보통 사람의 아홉 배 열 배 되는 계좌로 무엇을 했던 것일까. 기부금을 내는 등 자선사업을 하느라고 그랬을까. 아니면 남 몰래 사채업자로 살아온 것일까. 재테크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무슨 돈 세탁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그 뒤 황 후보자는 본인 계좌 7개를 해지했다고 한다. 혹시 적금을 이월하는 과정에 본인 모르게 계좌 숫자가 불어났을 수도 있나요? 아무튼 궁금합니다.

황희 후보자가 국민들을 어이없게 한 것은 월60만원 생활비로 살아왔다고 한 대목이다. 황 후보자는 올해 쉰네 살이다. 보통 가장은 이 나이 때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본인은 재작년 2019년 한해 생활비를 720만원, 그러니까 월60만원을 썼다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그런데 그 당시 황 후보자의 딸은 1년에 4200만원이 드는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조선일보 기자가 사연을 묻자 황희 후보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껴 썼다.” “딸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면서 아내와 ‘한 달 100만원 넘지 않게 쓰고 살자’고 약속했다.” “아내는 미용실도 안 가고 머리칼도 스스로 자른다. 딸 머리도 아내가 해준다.”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이 사람은 서울 양천구 갑 지역구에서 두 번씩이나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 부부의 내핍생활에 눈물이 나오십니까. 아니면 그냥 헛웃음만 나오십니까. 이어지는 황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보겠다.

“명절에 고기 등 음식 선물이 들어와 식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 “딸도 한 달 30만 원짜리 수학 학원 한 곳에 다니는 게 전부다. 딸 학원비는 생활비에 포함되는 돈은 아니다.”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황희 후보자, 이 사람은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말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해명하다보면 말이 꼬이기도 한다. 이 사람은 1년 내내 별도로 식비가 들지 않을 정도로 명절에 고기 선물을 받았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현역 국회의원이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포장된 한우 선물은 수십 만 원을 넘는 품목이 많다. 이것을 도대체 몇 개나 받았다는 뜻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황 후보자는 딸 학원비가 생활비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일반적으로 생활비에는 식품비·주거비·교육비·교통비·통신비가 포함된다. 혹시 황 후보자는 생활비와 최저생계비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2019년 현역 국회의원인 황희 후보자 세 가족이 월60만원으로 살았다는 바로 그해 통계청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3인 가족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8만원이다. 2만원 모자란 300만원이다. 그러니까 황희 국회의원은 보통 서민들의 월평균 3인 가족 생활비의 5분1쯤 되는 돈으로 살았다는 뜻이다.

이어서 그가 쏟아낸 말은 갈수록 태산이다.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게 나인데, 내 지출은 의정활동비에서 나가서 국회의원 월급은 거의 저금한다.” “출판기념회 수익금 7000만원을 아파트 전세 대출금 갚는데 썼다.” 이 사람은 의정활동비를 갖다가 집안에서 쓰고 국회의원 봉급은 고스란히 저금을 했다는 말을 버젓이 하고 있다. 의정활동비는 집안 살림에 쓰라고 국가가 주는 돈이 아니다. 또 출판기념회 수익금 7000만원을 전세 대출금에 썼다는데, 이것 또한 어이가 없다. 현역 의원의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정치 후원금으로 봐야 하고, 그 정치 후원금을 전세자금으로 썼다면 이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더더욱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일이 있다. 황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던 2017년 7월 병가 내고 가족들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보도됐다. 국회 본회의 불출석이 17번, 그중 그나마 사유를 적어낸 것이 12번, 그중에 병가라고 적은 것이 8번, 그런데 병가(病暇) 내고 본회의에 불출석한 8번 가운데 5번이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경우라고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보통 직장에서도 병가를 내려면 병원 진단서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진단서 없이 병가를 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가짜 진단서를 낸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일반 직장인은 병가 내고 해외여행 간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다. 만약 들통이 나면 그 날짜로 목이 달아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황 후보자는 무려 다섯 차례나 그런 짓을 저질렀다. 더군다나 황 후보자는 병가를 내고 온 가족이 스페인으로 출국했던 2017년7월 당시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렸으나 민주당 의원 26명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정족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괘씸해서도 이런 사람에게 장관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오늘 인사 청문회와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황 후보자는 병가 내고 해외여행 간 것에 대해 이렇게 변명한 바 있다. “근무 경력이 짧은 비서진이 사유를 적어낼 때 착오가 있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런 와중에 보좌진 탓을 하고 있다. 아니 자기도 초선 의원 시작한지 1년이 됐을 때인데, 누구한테 경력이 짧았다고 하고 있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황희 후보자는 앞서 말한 문제가 된 경우에 가족과 4번을 해외로 출국했는데 그때마다 관용 여권을 사용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갖은 의전 혜택을 받는 관용 여권은 공무로 출장 갈 때만 쓰는 것이고, 가족과 사사로운 여행 때는 일반 여권을 써야 한다. 2019년에는 보좌진 10명과 열흘 간 스페인 출장을 다녀오면서 비용으로 577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는데, 한 사람 비용으로도 그쯤 든다.

황희 후보자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논란이 빚어졌을 때 공익제보를 했던 당시 당직사병 현 모 병장의 실명을 공개하고, 그에 대해 “단독범, 공범세력, 국정농간세력”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허위 신고자로 단정 짓는 주장을 폈다가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황희 후보자는 자사고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는데 딸은 정작 자사고에 입학한 뒤 서울용산국제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황 후보자의 부인 정모씨는 한국무용을 전공했는데, 공과대학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 과정도 의혹을 사고 있다. 정모씨는 한양대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연구보조업무 수행 명목으로 대학산학협력단에서 150만원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부인 정씨의 지도교수와 황 후보자 간의 과거 인연에 대해서도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자,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왜 이런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고르는가. 혹시 청와대의 인사 검증 기능이 완전 고장 나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냥 임명을 밀어붙이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 황희 후보자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의 비서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지냈는데, 그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흠결이 나와도 그대로 임명을 밀어붙인다. 그러니 애당초 검증이고 뭐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이 오늘 아침 지적한 것처럼 “국가가 법 시스템이 아니라 패거리 문화로 돌아가고 있다”는 통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임명된 박범계 법무장관과 권칠승 중기부 장관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박 장관은 자신과 아내의 재산을 공직자 신고에서 상습적으로 누락했다. 폭행 혐의로 기소까지 돼 있는데 임명됐다. 권 장관은 외고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딸이 외고에 입학했다는 게 드러나자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던 사람이다. 그 당당한 태도는 ‘내가 노무현 청와대 출신인데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장관이 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현재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13명, 72%가 노무현 정부 또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다. 황희 후보자는 부엉이 모임 소속이다. 자, 오늘의 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 고르는 법, 사람 보는 눈, 이것은 오로지 한 가지다. 그가 무슨 짓을 했든 상관없다, ‘우리 쪽 사람’인지만 보겠다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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