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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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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그늘’ 英 1월 EU 수출 물량 6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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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영국의 1월 EU 수출 물량이 전년보다 68%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수출, 운송업체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에게 복잡한 통관 절차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운송업 대표기구인 도로화물협회(RHA)는 이달 1일 정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에게 수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다. RHA는 해당 서한에서 “우리는 브렉시트 전부터 화물, 운송 업계가 겪을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정부에게 대책을 촉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뿐 아니라 지난해 중순부터 협회 명의로 정부에 서한을 보냈지만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버넷 RHA 회장은 “정부가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매우 좌절되고 짜증스러운 일”이라며 “고브 실장이 현장의 상황이나 자료를 가져가기만 하고 대응책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항만협회(BPA) 측도 “브렉시트 이후 항구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에서 감소한 교통량이 RHA가 제시한 수치와 전반적으로 일치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영국과 EU는 지난달 24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비롯한 브렉시트 관련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했다. 양측은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관세, 무쿼터(무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에는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음)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무관세, 무쿼터라도 양측이 ‘EU’라는 단일사장에서 벗어나다보니 수출, 수입 시 별도의 검역과 통관 절차를 거치게 됐다는 점이다. 무관세 적용이 안 되는 일부 제품의 세관 신고서 등 통관 서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이를 처리하는 세관 직원은 업계 요구의 5분의 1 수준이 1만 여명이다.

영국과 EU 간 교역 규모는 2019년 기준 6680억 파운드(약 1027조 원)다. 이중 영국이 EU에 수출하는 금액은 2940억 파운드(약 452조 원)로 전체 영국 수출의 43%다. 대다수는 공항이 아닌 항구를 거쳐 이동하다보니 피해가 커졌다. 유명 택배업체인 DPD UK 등은 통관서류 작성 부담과 혼선 등을 이유로 지난달 유럽으로의 육상 운송을 중단했다.

수산물 수출업자들은 통관 절차의 어려움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지난달 18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의 정부청사 앞에 해산물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집결했다. 이들은 “통관 서류 만 400쪽이나 된다. 보리스 존슨에게 해산물을 쏟아버리겠다”며 거세게 시위했다.

EU가 구제역 등을 이유로 역외에서의 육류·유제품 반입을 금지하면서 영국 물류 트럭 운전자들이 EU 입국과정에서 점심으로 싸온 햄 샌드위치를 몰수당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하고 있다.

EU 역시 피해가 크다. EU가 영국에 수출하는 금액도 3740억 파운드(약 575조 원)에 달한다. 현장의 혼란으로 EU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화물차량의 65¤75%가 비어있는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복잡해진 통관 절차에 수출이 지연되고, 운임이 치솟으면서 수출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영국 정부 측은 “브렉시트 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도 화물 운송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관련 업계와 소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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