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8일 “지금이라도 남북이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 13개 장소에서 화상 상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북측에도 호응을 촉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이산가족 유관단체장들과의 차담회를 열고 “화상상봉으로 먼저 시작해서 코로나 진정되는대로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꽤 규모 있는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담회에는 이북5도위원회·통일경모회·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단체장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구체적으로 화상 형식의 이산가족 상봉 규모에 대해 “하루에 남과 북의 마흔 가족이 만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당장 운영이 가능한 화상 상봉장 10곳에서 하루 4회씩 모두 40차례 정도는 남측과 북측의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2018년 6월 이후 멈춰있는 남북 적십자회담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며 “기존 합의사항 뿐만 아니라 면회소를 통한 상시 상봉, 개별관광 형식의 고향방문 등 새로운 형식의 이산가족 교류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오영찬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정쟁의 문제가 아니고 무조건 최우선이 돼야 할 인륜의 문제”이라면서 “올해 남북관계 의제의 맨 첫머리에 이산가족 상봉이 자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고령 이산가족에게는 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뿐 아니라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통화 성사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취임 이래 인도협력 추진 의지를 밝혀 온 이 장관은 이날도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륜의 문제, 천륜의 문제로서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최우선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측이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산가족 대면 상봉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이후 그 해 8월 열린 이후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도 북측에 반입할 장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가 이뤄졌지만 북측의 답이 없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설 명절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이산가족 관련 단체장들과의 차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덕길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회장,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이 장관, 오영찬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김용하 통일경모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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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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