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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인사이드 스토리]게임스탑이 ETF 시장에 남긴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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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폭등락에 일부 ETF 왜곡…자금 대이탈 분산투자 장점 무색…동일가중방식 균형 깨뜨려 [비즈니스워치]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최근 미국 게임스탑을 둘러싼 기관과 개인 투자자 간 힘겨루기로 미국 증시가 들썩였습니다. 미국의 오프라인 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에 개미들이 폭풍 매수세로 맞선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게임스탑 주가가 폭등하자 헤지펀드들은 내다 판 주식을 되사들이는 '숏 스퀴즈'에 나서야 했고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다시 폭락하는 등 소동을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뉴욕 증시 전반이 급등락하며 파급을 키웠고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한국 증시에도 관심이 지대했었죠.

게임스탑의 나비효과는 상당했는데요. 공교롭게 크게 상관없을 것 같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후폭풍이 일었습니다. 게임스탑을 담고 있는 ETF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ETF 투자자들이 급하게 자금을 뺀 것인데요. 크게 상관없을 법한 ETF 투자자들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손실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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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ETF 시세를 1개 주식이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물론 없는 것은 아니죠. ETF닷컴에 따르면 자유선택 소비재에 투자하는 Consumer Discretionary Select Sector SPDR Fund (티커명:XLY)의 경우 아마존 주식 비중이 22%에 달합니다.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이른바 FAAMG 주식 또한 다양한 S&P 500 지수 추종 펀드에서 3~7% 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Technology Select Sector SPDR Fund (XLK)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선이고 Communication Services Select Sector SPDR Fund (XLC)에서는 페이스북이 20% 이상을 구성하면서 사실상 이들 ETF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주목할 점은 이들 주식의 ETF 영향력은 하룻밤 사이가 아닌 수년에 걸쳐 천천히 커졌다는 점입니다. 반면, 주가 급등락이 엄청났던 게임스탑의 경우 달랐습니다. 연초 20달러가 채 안 됐던 주가가 한때 5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다시 100달러를 밑도는 등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를 담고 있던 ETF들이 곤욕을 치른 것입니다.

ETF의 경우 지수를 추종하거나 여러 종목들로 구성되면서 '분산투자'를 표방합니다. 단일 종목을 사는데 따른 리스크를 크게 줄여주는 것이죠. 실제로 통상 1개의 주식 종목 움직임은 ETF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합니다. 앞서 애플이나 아마존 비중이 큰 ETF들 역시 단기간에 큰 흐름을 바꿀 순 없습니다.

반면 게임스탑의 경우 단기간에 10~20배까지 가격이 변하면서 게임스탑을 담고 있는 ETF에 미친 파급이 상당했습니다. the Wedbush ETFMG Video Game Tech ETF(GAMR)이 그중 하나인데요. 비디오 게임 관련 ETF인 GAMR에서 게임스탑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2.1%에서 한때 27%까지 치솟았습니다. ETF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입니다.

물론 기존에 ETF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겐 가격 상승이 좋을 수 있지만 게임스탑 변수를 예상치 못하고 고점에서 ETF를 매수한 이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들인 것이고 그만큼의 하락 리스크를 껴안게 된 것이죠. 또한 장기투자를 목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겐 GAMR은 갑자기 아주 위험한 상품이 되어버렸습니다.

GAMR과 함께 SPDR S&P Retail ETF (XRT)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데요. 이 ETF는 동일가중 방식 펀드입니다. 동일가중 방식은 해당 지수의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이 아닌 동일한 비중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1개 주식의 급등락 여파를 가장 적게 받는 효과가 있는데요.

XRT에서 게임스탑의 연초 비중은 1.5%에 불과했지만 주가가 크게 뛰어버리면서 갑작스레 20%까지 치솟으며 완전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졌고 결국 이 ETF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ETF 가격이 일시에 올라버리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4일 현재 GAMR과 XRT의 올해 상승률은 각각 15%와 20%대에 달합니다.

투자에는 불확실성이 항시 존재하기 마련이고 게임스탑 역시 전혀 생각지 못한 변수로 치부할 수도 있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 시장에까지 날아들며 기울어진 포트폴리오를 초래한 게임스탑 나비효과가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XRT 투자자의 경우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경기민감주 ETF를 샀다가 전혀 원치 않은 게임판으로 내몰린 셈이니까요. 사전에 ETF 투자를 고려했던 투자자들은 종목 리밸런싱이 될 때까지 아예 관심을 끄겠죠. 앞선 두 ETF는 3월에야 리밸런싱이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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