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지역화폐 효과…경제학계에서도 갑론을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경제학계에서도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등의 민감한 이슈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소비진작 효과를 일으키려면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급'이 효과적이라는 주장과, 선별 지급을 해야 오히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고 규모가 너무 커지면 적자국채 발행만 늘려 시장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지급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붙는 모양새다. 지역화폐 지급이 지역 내 고용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경제학자들의 분석 결과도 나왔다.


재난지원금 '보편적 vs 선별적' 공방

김을식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과 5일 양일간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공개한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 보고서에서 보편적 지급을 했을 때 소비진작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경기도는 1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했고,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소득 하위가구를 대상으로 선별 지급한 바 있다. 김 위원은 그 결과 경기도의 소비진작 효과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시도별로 가장 많은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 경기 한계소비성향이 30.5%로 가장 높았고, 광역 재난지원금을 50%에게만 선별 지급한 서울은 28.0%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전체 한계소비성향은 29.2%로 추정했다. 한계소비성향은 재난지원금의 추가 소비효과를 뜻하는 것으로, 30%라면 10만원을 지급했을 때 3만원어치를 추가적으로 소비했다는 뜻이 된다. 나머지 7만원은 원래 소비하려고 했던 금액을 재난지원금이 대체했거나 저축·채무상환에 쓰인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2차 재난지원금의 주 지급 대상이었던 자영업자에 대해선 소비 진작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선별 지급의 대상으로 논의되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비정규직, 미성년 가구 등은 재분배 목적의 대상으로는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난지원금 효과가 크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업종에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별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지원금 사용가능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원방식에 대한 견해 차는 있긴 하지만, 대체로 경제학계에선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했을 때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이 약 3만원 정도(30% 매출증대효과)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 3인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최대 11조원가량의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났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다. 연구에선 1차 재난지원금 한계소비성향이 65.4~78.2%(2~3분기 합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불거졌던 '기본소득'은 오히려 보편적 복지의 경제적 효과가 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논문에서 "보편적 복지의 경제적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가부담만 키우고 저소득층의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25세 이상 성인 3919만명에게 매달 기본소득 30만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총 141조1000억원(국내총생산(GDP) 대비 7.35% 규모)이 필요한데, 재원을 모두 소득세율로 충당하면 소득세율은 기존 6.8%에서 17.6%포인트나 인상된 24.4%까지 오른다. 총생산(-19%), 총자본(-22%), 총노동(-16%)은 크게 줄어든다.


기본소득은 재산·노동 유무와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적 생활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생계비를 매월 지원한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이에 따라 노동과 저축이 줄며 일하는 연령대와 고령자 사이 소득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부담을 늘리지 않으려면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던 복지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주는 대신, 복지제도는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 시장금리가 오르고 민간의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이른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최근 국채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0.98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791%를 기록했다. 0.2bp(1bp=0.01%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8% 수준에 가까운 상황이다.


지역화폐 '고용유발 안 해 vs 소상공인 매출 확대'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지역화폐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를 토대로 지역화폐의 고용 유발 효과를 계산한 결과를 내놓았다. 지역별 취업자 수 추이를 지역화폐 발행 전·후로 비교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이 고용을 유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역화폐는 지난해 기준 228개 지자체에서 9조원가량 발행됐다. 지역화폐 주 소비 대상인 소매업과 음식·주점업을 따로 떼어 봐도 뚜렷한 고용 변화가 안 보였다. 강 교수는 보고서에서 “소상공인 매출액에는 영향을 미칠지 몰라도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역시 지역화폐가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숙박·여행업 등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조세연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카드형 지역화폐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이 몰려 있는 33개 업종에서 1조3017억6500만원이 소비된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정도가 일반휴게음식업과 유통업(슈퍼마켓 등)에 사용됐다. 그런데 숙박업(12억2600만원)과 여행업(1억5000만원) 소비 비중은 각각 0.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한편 학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역화폐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에서는 못쓰고 동네 소상공인에게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골목상권 중소상인 매출의 도움이 된다는 건 연구는 고사하고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는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화폐의 목적은 매출 양극화를 막는 것이지 고용 증가와 여행 숙박업 매출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며 "동네 음식점, 치킨점, 호프집, 정육점, 어물전, 야채가게, 반찬가게, 떡집 등 대다수 소상공인의 매출이 느는 건 효과가 아니냐"고 재차 반박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