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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서울시장 보선, 유권자는 차악 선택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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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책사유 정당은 기어코 후보 냈고
야합·사기 비난 퍼붓던 당은 ‘아시타비'
여야 모두 유력후보 10년 전 그때 그 사람
정당함·독자적·새로움 모두 갖춘
최선후보 無, 그러니 차악 선택만 남아


안녕하세요. 한 주의 정치권 이슈를 정리하는 ‘정치0단'입니다.

정치와 국회 모습에 신물 난 분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요즘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얘기를 주변분들과 하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선거 자체에 등장하는 후보에 관심이 간다는 거겠죠.

우리나라에 제일 큰 정당 2곳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한마디로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기는 쪽은 내년 대선까지 좋은 분위기를 주욱 이어갈 수 있는 반면 지는 쪽은 앞길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번 선거는 정말 이상합니다. 도대체 왜 이 지경일까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죠. 정치권을 오래 취재해왔지만 이번은 최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궐선거 치르는 이유

무엇보다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 이유가 그렇습니다. 흔히 재보궐선거라고 하는데, 이번은 재선거는 아니고 보궐선거입니다. 선거가 무효가 돼서 다시 치르는 게 재선거이고, 사직 등으로 빈자리가 생길 때 치르는 게 보궐선거입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시도지사급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입니다.

모두 성추행 의혹이 이유가 됐습니다. 작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두 시장의 행동이 문제가 돼서 치러지는 겁니다. 즉 민주당에 귀책사유가 있었던 겁니다. 민주당은 이런 때를 위해 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 탓에 재보궐선거가 열리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규정을 뒀습니다. 그 규정대로라면 이번에 후보를 안 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민주당은 규정에 손을 댑니다.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하죠.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후보 공천을 통해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란 이유를 내세웁니다.


여당, 뻘쭘해진 상황

그리고 문구를 추가하는 것과 후보를 내는 사안을 동시에 물어보는 투표가 진행됐죠. 그런데 유효성에 논란이 벌어집니다. 원래 전 당원 투표가 유효하려면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합니다. 당 규정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당시 투표율이 26%를 조금 넘겼습니다. 3분의 1이 안된 겁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무언가를 정하는 의결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서 규정 적용을 안 받는다는 설명을 내놓습니다.

무리이든 말든 어떻게든 후보를 내야겠다는 절박함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아전인수격 태도라고 할까요. 그리고 요즘은 당 후보를 정하는 경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정의당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죠. 당 대표의 성추행입니다. 정의당은 책임을 지고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합니다. 비교가 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뻘쭘하게 됐죠.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6석의 제3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자연스럽게 후보 단일화를 한 셈이 됐죠. 보궐선거 원인 제공 정당이 규정까지 바꿔 후보를 냈는데 단일화라는 생각지 못한 실리까지 얻은 겁니다.


야권 단일화 한창

제1야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범야권도 이상합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정당들이 여당이었을 때 당시 야당(지금 민주당의 전신 정당)을 비판한 단골 레퍼토리가 야권 후보 단일화가 꼼수라는 거였죠. 야합(野合)이다, 사기다 하면서 맹비난을 했죠. 대선을 포함해 선거 때마다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바로 ‘야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과거에 그렇게 비난을 퍼부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말이죠. 마치 과거에 비난하던 정당과 지금의 정당은 완전히 다른 존재인 듯 말입니다. 아시타미(我是他非)인 건가요.

A팀(국민의당과 금태섭)과 B팀(국민의힘)이 각각 1명씩 후보를 정해서 결승전에서 최종 야권 단일 후보를 정한다는 대진표까지 나온 지경입니다. 토너먼트 경선이죠.




그 밥에 그 나물 비판

게다가 A팀이나 B팀에 속해 서울시장에 도전한 인물은 10년 전에도 자주 봤던 얼굴들입니다. 대선에 도전했던 인물, 대선을 준비하던 인물까지 섞여 있습니다. 늘 나오던 인물이 또 나온 거지요. 도대체 왜 유력주자 중엔 새로운 얼굴이 안 보이냐는 쓴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 부분에선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명의 민주당 경선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에 도전했었던, 그래서 이번이 각각 삼수, 재수가 됩니다. 그 밥에 그 나물 아니냐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겠지요.

정당마다 당선 가능성, 본선 경쟁력, 인지도 등 이유를 댑니다. 승리가 절박하니까 가장 센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게 실리적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그 많은 세월 동안 사람을 못 키운 거냐, 안 키운 거냐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10년이면 세상이 휙휙 변할 시간인데 그동안 뭘 했느냐고 말이죠.


인물보단 정당 선택 짙을 듯

결국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정당하고, 독자적이며, 새롭다는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춘 후보는 여당에도 없고, 보수 야권에도 없습니다. 번듯한 최선의 후보는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서울시장 보선은 좋게 말하면 차선을, 나쁘게 말하면 덜 욕먹는 차악의 선택을 유권자가 강요받는 선거가 된 겁니다. 이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인물을 보고 고를까요, 그냥 정당을 보고 고를까요. 어느 때보다 정당 선택의 모습이 짙은 선거가 될 걸로 보입니다. 마치 총선 비례대표 투표처럼요. 그리고 이번에 뽑힐 900만명 서울의 새 시장 임기는 내년 6월까지 1년5개월 남짓입니다.

이번주 ‘정치0단'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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