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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페북 차단한 이유...”시민 저항 원천 차단”

조선일보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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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페북 차단한 이유...”시민 저항 원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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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反쿠데타 시위 공유하자 가짜뉴스 퍼뜨린다며 접속 차단
3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의 한 병원 의료진이 지난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의 의미로 빨간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의 한 병원 의료진이 지난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의 의미로 빨간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쿠데타로 10년 만에 다시 권력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가 자국 내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은 미얀마 인구 5400만명 중 절반(2700만명)이 쓰는 소셜미디어다. 군부는 시민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고 시위를 계획하는 등 페이스북이 저항운동의 본거지 역할을 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망 자체는 끊기지 않았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미얀마 국영 통신 업체 미얀마우전공사(MPT)가 이날 페이스북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에서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르웨이 업체 텔레노르도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하라는 (미얀마 정부) 지침을 받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계열인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정보통신부는 접속 차단 이유에 대해 “국가 안정을 위협하는 자들이 페이스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때문”이라며 “오는 7일까지 페이스북을 차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시민 저항운동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시민 불복종 운동이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전개됐기 때문이다. 2일 저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집에서 냄비와 깡통을 시끄럽게 두드리거나 도로 위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는 식으로 반(反)쿠데타 시위를 벌였는데, 이런 움직임이 페이스북을 통해 조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됐다. 세 손가락 경례는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에서 따온 수어(手語)로, 독재에 저항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이 수입 워키토키 불법 소지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미얀마 최대 상업 도시 양곤의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의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민주화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사용한 저항과 불복종을 상징하는 표시이다. /AFP 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이 수입 워키토키 불법 소지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미얀마 최대 상업 도시 양곤의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의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민주화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사용한 저항과 불복종을 상징하는 표시이다. /AFP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미얀마 군부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접속 차단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 2일 페이스북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 페이지를 퇴출시켰고, 쿠데타 지지·찬양 게시물을 실시간 삭제하고 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미얀마 당국은 페이스북 연결을 복구시켜 시민들이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4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첫 거리 시위가 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 20여 명은 구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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