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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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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KB 감독 "오늘 경기력이면, 배구 그만 둬야"... 강한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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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3일 대한항공전에서 대패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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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경기력이라면, 모두 배구를 그만둬야 한다”

평소 선수들에게 웃음과 격려를 잃지 않던 이상열 KB손해보험감독이 졸전을 펼친 선수들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책했다.

KB손해보험은 3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0-3(19-25 14-25 17-25)으로 대패했다. 경기 시작 후 단 1시간 25분 만에 끝난 졸전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고전이 예상됐다. 주 공격수이자 올 시즌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노우모리 케이타(20)가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른쪽 허벅지 옆쪽 근육이 1㎝가량 파열됐다. 회복까지 1주일에서 최대 3주까지 걸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케이타는 여전히 출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체육관에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서 “일단 3~4경기는 쉬도록 할 예정이다. 이후에 상태에 따라 경기 투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도 “케이타 자리에 정수용이 출전한다. 승패를 떠나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정수용은 지난 1월 23일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케이타와 교체 투입돼 9점을 올리는 등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KB손해보험의 경기력은 주 공격수가 빠진 점을 고려해도 ‘졸전’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3세트 동안 50점을 냈는데, 이 가운데 17점이 상대 범실로 나왔으니까 KB선수들이 득점한 것은 단 33점에 그쳤다. 팀 공격성공률은 37.7%로 대한항공(62.0%)의 절반 수준이었고, 리시브 효율(23.1%)도 대한항공(37.2%)에 미치지 못했다. 세터 황택의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도 눈에 띄게 흔들렸다.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은 아예 나오지 않은 채 무너졌다.

이 감독은 경기 후 “45년간 배구를 했지만, 오늘 경기는 너무 처참했다”면서 “(케이타의 부상 등으로) 오늘 꼭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승패를 떠나 이런 무책임한 경기를 했다는 것은 선수들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책임감이 없는 건지 자존심이 없는 건지 겁이 많았던 건지 내 상식으론 판단이 안된다. 충격적이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선수 탓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도 ‘배구를 할지 말지’에 대해 ‘적당히’가 아닌,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감독은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승패와 관련된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선수단을 잘 추슬러서 다음 경기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의 다음 경기는 오는 7일(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전력전이다. 봄 배구를 위해 중요한 결전이지만, 이 경기에서도 케이타는 출전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후 10일 대전 삼성화재 전을 치른 뒤에는 17일(서울 장충 우리카드전)까지 여유가 있다.


의정부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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