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에 거주 중인 이정호 미얀마한인회보 편집장은 3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군부에 대한 거부감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면서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폭풍전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편집장과의 일문일답.
- 쿠데타 당일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 1일 새벽(현지시간) 갑자기 인터넷, 전화, 방송이 모두 끊겼다. 양곤 시내 호텔에 가봤더니 현지 방송과 CNN은 송출이 중단됐고, BBC방송은 아직 나오고 있었다. BBC를 통해 쿠데타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군방송에서 ‘군이 헌법에 의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당일에는 은행도 문을 닫았고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교수 등 일부 직군에 출근을 하지 말라는 통보도 있었다는데, 2일부터는 대부분 정상출근했다.”
- 양곤에도 군경이 많은지.
“수도 네피도는 삼엄한 분위기라고 들었는데 양곤에서는 관공서만 군경들이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온 터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 쿠데타 조짐이 있었나.
“2~3주 전부터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가 움직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달 11~12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만난 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계속 만났다. 이후 네피도 시내에 장갑차가 돌아다니는 사진 등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 현지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나.
“현지인들의 군부에 대한 혐오감은 매우 크다. 미얀마인들은 군부의 잔악함을 경멸한다.”
- 쿠데타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나.
“마치 폭풍전야 같다. 군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미얀마인들은 평화시위를 하자고 페이스북 등에서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어제 오후 8시에 각자 집에서 냄비 등을 두드리는 소음시위를 했는데, 20분 넘게 거의 모든 집에서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부터는 1988년 민주화운동 때 불렀던 저항의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크다고 느껴진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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