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얀마의 한 시민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뜻으로 양철 그릇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AFP |
3일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는 시민들이 거리에 모여 "악은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냄비와 깡통을 두드리며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또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권력을 장악한 군부에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냄비를 두드리는 행위는 미얀마 시민들의 독특한 분노 표출 방법이다. 양곤 시민인 산틴트씨는 "양철이나 금속 냄비를 쳐서 악하고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것이 미얀마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현재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메시지'에 응답해 불복종 운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 1일 수치 고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이에 대항해 항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불복종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수치 고문의 초상화나 NLD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며 군부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했다.
3일 양곤의 한 종합병원 의료진이 방호복에 붉은 리본을 단 모습./사진=AFP |
20개 이상의 병원 의사들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의사 미오 테토 우씨는 "독재자와 비선출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군부에 맞서기로 결정하고 병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진들은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방호복에 붉은 리본을 달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패한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일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향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다시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2일 군사정부 첫 회의에서 "이 길은 나라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라며 "선거를 치러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군부가 나라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금된 수치 고문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NLD의 치 토에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치 고문은 현재 관저에 구금돼 있으며 자주 산책도 하는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