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中이 뒷배?… 미얀마 군부, 美 경고에도 정권 장악 속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든, 군부 쿠데타 강력 비판

구금자 석방 국제사회 연대 나서

세계일보

미얀마행 항공기 결항 안내 2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미얀마 국제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현지 공항 폐쇄로 인한 결항’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즉각적인 권력 양도를 요구하며 이에 불응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11명을 새로 임명하는 등 정권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민주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무력이 국민의 뜻 위에 군림하거나 신뢰할 만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의 즉각적인 권력 양도, 구금자 석방, 통신 제한 해제, 시민에 대한 폭력 중단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민주주의 진전을 전제로 수십 년간 미얀마 제재를 해제했으나 이를 뒤집으면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따라 즉각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비해 미얀마와 경제 교류 규모가 크지 않아 미얀마에 경제적 타격을 줄 수단이 많지 않고, 미얀마를 과도하게 압박하면 미얀마가 친중국 노선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의 압박으로 미얀마와 중국 간 유대 관계가 더 공고해지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경쟁함으로써 미·중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11월 미얀마에서 의류 등 9억6900만달러(약 1조80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미얀마는 수입 규모 기준으로 미국의 70번째 교역국이다. 반면 중국은 미얀마 투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나라다. 미얀마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규모가 미국의 10배에 달한다.

세계일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사태에 대해 동맹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미얀마 주변 국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럽 동맹국들과 연대를 통해 미얀마 군부에 압력을 가할 계획이다. 유엔 안보리는 2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미얀마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얀마 라카인주 수용소에 사실상 감금된 12만명을 포함해 모두 60만명의 로힝야족이 남아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그들의 상황을 악화시킬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전날 저녁 늦게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11명을 새로 임명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겸임했던 외교장관에는 테인 세인 정부 시절 외교장관을 지낸 운나 마웅 르윈이 임명됐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치 토에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수치 고문이 관저에 구금돼 있고 건강한 상태”라며 “수치 고문은 관저에서 자주 산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 등 의회 의원 수백 명도 수도 네피도의 관저에 구금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AP통신에 “의원들이 관저 경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지만 관저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경찰과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네피도는 물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도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됐다.

세계일보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015년 12월 2일 수도 네피도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 악수를 하는 모습. 네피도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 불복종 움직임도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곤 청년 네트워크’ 단체의 대표자가 트위터에 “양곤 청년 네트워크는 (쿠데타에 대한) 즉각적 대응으로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표자는 만달레이 지역의 한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같은 운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로 구금된 수치 고문이 전날 사전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이어서 군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부 쿠데타로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생기면서 문을 닫았던 은행들은 이날 영업을 재개했다. 군부는 “인터넷 서비스가 다시 활성화됐고 은행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한 시민이 2일 "1년간 국가비상사태와 대통령 권한대행 군부에 권력 이양"이라는 제목의 신문 1면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양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쿠데타로 인한 혼란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현지에서 뉴스 정보 사이트 애드쇼파르를 운영하는 전창준 대표는 “양곤 시내 은행 앞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돈을 인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졌다”며 “이른 아침부터 많은 시민들이 마트와 시장을 찾아 사재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미얀마한인봉제협회도 “군인들이 출입 통제를 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못했다”며 “원자재가 부두에 있는 경우 통관이 진행되지 못해 입고가 안 되고 수출도 중단됐다”고 양곤 인근 바고의 상황을 전했다. 협회는 “부두가 폐쇄되면서 수출 업무가 끊겼다”면서도 “공장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최근 미얀마 내 정치적 상황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수치 고문 등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며 합법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따라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박진영 기자 ku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