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지원금에 대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시행되는 영업금지·제한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아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는 피해의 크기나 정도를 가려 머지않은 시기에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2, 3차 지원금을 지급한 경험이 있어 재원 규모만 확정하면 비교적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코로나로 심각한 소득손실이 발생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맞춤형 지원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맞춤형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 등 여당의 입장이다. 맞춤형 지원은 코로나 피해극복용, 전 국민 보편지원은 경기 활성화 용도로 목적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이 대표의 '맞춤+보편 병행지원' 구상에 재정 여력을 들어 "3월에 추경 논의는 가능하지만, 선별과 보편지원을 함께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차 지원금 논의에 물꼬를 튼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3차 지원금에 대해 "피해를 막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추가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영업손실 보상제가 현실화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백을 메울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4차 지원금 카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시기상조론 등으로 공식 거론을 꺼리던 정부와 여당은 이를 계기로 앞다퉈 4차 지원금 논의 절차에 들어갔다. 민주당 이 대표의 4차 지원금 거론도 이런 흐름과 교감 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여권의 4번째 지원금 논의가 공식화하면서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재원의 규모일 것이다. 어차피 웬만한 규모의 재정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매출절벽이나 소득감소를 겪고 있는 피해자 입장에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슈퍼 예산과 잇단 추경예산 편성으로 이미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국가 채무가 100조 원 이상 늘어나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연말이면 국가채무가 956조 원에 달한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코로나 백신 지출 명목으로 이미 목적 예비비 5조6천억 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예비비도 거의 바닥났다. 4차 지원금 재원은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여권 입장에서는 추경을 넉넉하게 편성하고 싶겠지만 나라 살림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보편지급한 1차 지원금과 맞춤형 지원한 2, 3차 지원금 등을 고려한 20조∼30조 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당정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되 선거를 의식해 너무 방만한 추경안이 편성됐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국가 빚이 1천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편성하되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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