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만남을 미끼로 한 10대 강도단 들끓자
의료 사이트 등으로 위장… 정보 나누며 성매수 나서
차단해도 또 새 주소 퍼져 단속하기도 쉽지 않아
의료 사이트 등으로 위장… 정보 나누며 성매수 나서
차단해도 또 새 주소 퍼져 단속하기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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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31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얼마 전 회사 동기가 알려준 '메디컬XX'란 사이트에 주말마다 접속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사이트 첫 화면에는 '외과', '내과'등 항목이 있어 의료 관련 사이트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영 딴판이다.
24일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구리 20/160/50 정보요청'과 같은 글이 400개 넘게 도배돼 있었다. '지역-나이-키-몸무게'의 통일된 양식으로 올라온 속칭 조건만남녀의 특징이다. 돈을 주고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조건만남 즉 성매매를 하려는 상대의 신상을 공개하고 회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글이다.
이들은 성매매 상대가 미성년자라는 정황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한 회원이 '20살이라는데 민자(미성년자) 아닐까요'라며 한 여성의 사진을 올리자 '일단 만나서 결정', '만나서 민증(주민등록증) 확인'같은 댓글이 1시간 새 10여개가 달렸다.
또 이 사이트에는 조건만남을 처음 시도하는 회원을 위해 '조건 초보를 위한 가이드'도 공지로 버젓이 올라있었다. 조건만남하는 상대를 교환하자는 얘기마저 나돌았다.
의료 관련 사이트로 위장한 이 사이트는 성매수를 하려는 남성들 사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조건만남 정보 커뮤니티로 알려져 있다. 평균 일 방문객 수 1,000여명, 공지를 구독하는 트위터 회원만 5,100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는 이 사이트의 주소와 회원가입을 문의하는 글들이 쉽게 발견된다. 성매수에 거리낌이 없는 남성들이 이런 사이트들을 매개로 성매매 정보를 퍼뜨리거나 얻는 것이다. 불법 유사성행위 업소나 성매매 오피스텔 광고도 넘쳐난다.
특히 최근 성매매를 빙자해 남성을 유인, 협박하고 돈을 빼앗는 강도 사건이 빈번해지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건만남 상대의 정보를 공유하는 행각까지 벌이고 있다. '미***'란 아이디의 한 회원은 "만남 장소에 가니 한 일당이 '미성년자를 만나려 했다'며 영상을 찍더니 금품 갈취했다"며 만난 상대의 연락처와 나이, 키 등 상세 정보를 남겼다. 이런 류의 글만 해도 수십여개가 널려 있다.
유해 매체를 단속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이런 불법 성매매 정보 사이트들이 최소 20여개에 달할 정도로 성행하고 있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은 이들 사이트들의 신출귀몰함을 쫓아가질 못한다. 사이트 운영자가 수시로 주소를 바꾸고 트위터 등으로 회원들에게 새 주소를 알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트위터 등 SNS 회사들의 본사가 거의 미국 등 해외에 있어서 시정요구나 삭제 조치 등을 권고하는 것조차 어려워 대책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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