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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술 취해 차 액셀 밟았지만 고장나 제자리, 음주운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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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음주운전 처벌 못해” 원심 확정

조선일보

/조선DB


술에 취해 차량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며 주행을 시도했지만 차량이 고장 나 움직이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 만취 상태에서 사고로 멈춘 차량에 시동을 걸고 변속기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던 중 잠에 들었다가 깨어났는데 차량은 사고가 난 채로 도로 한가운데 서 있었고, 대리기사 B씨는 사라지고 없었다.

A씨는 도로 한복판에 있던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시동을 건 뒤 기어를 조작하고 액셀을 밟았으나 차량이 고장 나 움직이지 않았고, 목격자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검찰은 차량이 실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A씨가 시동을 걸고 차량을 조작한 행위는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A씨는 실제 차를 움직이지 못해 음주운전 미수에 그쳤으므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고 액셀을 밟는 행위는 자동차를 이동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에 불과하다”라며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실제로 이동했을 때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현실화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로 인한 파손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자동차를 이동하기 위해 음주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고 액셀을 밟은 것만으로도 음주운전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음주운전죄의 장애미수 또는 불능미수에 해당할 것인데, 해당 죄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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