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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올해 700% 뛴 공매도 전쟁터 美 '게임스탑'…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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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개미 존재감 보였지만 시장질서 파괴·거품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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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뉴욕증시에서 공매도 큰손들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공매도를 친 헤지펀드들에 반발해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를 독려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면서다. 게임스탑, 블랙베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과시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쏠림 현상에 따른 시장질서 파괴와 거품 붕괴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게임스탑, 이달에만 700% 폭등…무슨 일?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종목은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이다. 게임스탑은 이달 초만 해도 주가가 17.25달러였는데 26일(현지시간)에는 147.98달러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 상승률이 700%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100억달러(약 11조원)를 단숨에 넘었다. 아메리칸에어라인, 언더아머, 인베스코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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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한달 주가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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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등 외신은 게임스탑의 폭발적 랠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활동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구매 열풍이 주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에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서로 매수를 약속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주가가 오르자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매수(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상승률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레딧의 주식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는 개인투자자들을 무시하는 헤지펀드들을 비판하고 게임스탑에 투자한 뒤 거둔 수익률을 인증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26일 월스트리트베츠를 트위터에 링크로 걸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했다. 시간외거래에서 게임스탑 주가가 40% 추가 폭등한 배경이다. 테슬라는 오랫동안 공매도에 시달렸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주가가 폭등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머스크 CEO는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할 정도로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컸다.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탑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블랙베리, AMC엔터테인먼트,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버진갤럭틱홀딩스까지 매수 운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이들 주식은 각각 185.37%, 133.96%, 107.60%, 77.20%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펀더멘탈에서의 호재는 없었다.


월가 포위하는 개인투자자들…"옛날의 개미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개미투자자 부대가 월가를 포위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베테랑 헤지펀드들을 비틀거리게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금융분석업체 S3파트너스는 멜빈캐피탈과 시트론리서치를 포함한 헤지펀드들이 올해 들어 게임스탑 공매도로 약 50억달러 이상 손실을 봤다고 집계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가장 많이 공매도한 50개 주식 상승률은 올해 S&P500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을 두고 월가와 벌이는 전투 역시 더는 부차적인 볼거리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존 패트릭 리 반엑 상장지수펀드(ETF) 매니저는 로이터를 통해 "투자자들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투자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제 개인투자자들은 돈을 관리하는 데 월가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노련한 월가 전문가들과 개인투자자들과의 적대적 관계는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 주식 플랫폼, 여분의 현금과 시간으로 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은 점점 더 증시로 몰리면서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증시가 랠리를 펼친 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컸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슬리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사건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집단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시장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계속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공매도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펀더멘탈 없는 주가 급등 "결국 개미 폭탄돌리기"

그러나 시장에선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않는 주가 급등은 결국 시장의 거품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정보에 입각한 투자자들이 적정 주가를 찾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결국엔 이런 주가 급등이 개인투자자들끼리 '폭탄 돌리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미국 로펌 심슨대처의 스티브 커틀러 파트너는 "이런 상황에서 피를 보는 이들은 결국 비싼 값에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다. 추락할 운명을 알고도 로켓에 올라타는 사람들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거품 붕괴 전망을 반영하듯 게임스탑에 대한 공매도도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CNBC는 게임스탑 주가가 200% 가까운 랠리를 펼친 지난 일주일 동안 공매도 베팅이 6억9000만달러어치 증가했다고 전했다. S3파트너스의 이호르 뒤사니위스키 예측 분석 담당은 "전투에서 1열 병력이 총탄에 쓰러지면 2열 병력이 앞으로 나서듯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본 뒤 새로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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