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제주의 혁신 경험으로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선도”
“계층 사다리 재건해 기회 공정한 대한민국 만드는 데 기여할 것”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월 12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원 지사는 제주도정 성과를 대한민국에 확산하고 싶다고 밝혔다. / 사진:제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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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상황과 특별자치단체라는 행정 구조상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국가 정책의 상당수가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대한민국의 정책 테스트 베드인 셈이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덕에 미래형 친환경 사업의 타당성을 가늠해볼 최적의 열린 실험장이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금 제주의 앞선 실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월 12일 제주도청에서 원희룡(57)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만나 제주도의 변화상을 짚어봤다.
7년 전 도지사로 취임할 때의 꿈은 무엇이었나.
“낡은 정경유착과 연고 중심 문화를 깨고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맑아졌다. 취임 당시에는 중국 자본을 비롯해 지나친 개발 경제로 치우쳐 있었다. 난개발을 막고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다. 우선 환경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 원칙을 세워 자연환경을 해치거나 부동산 개발과 분양 위주 사업은 과감히 중단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부 사업에 차질은 있지만, 공약사업 115개 중 110개 정도는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 문제 고민이 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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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없는 청정 제주 꿈꾸는 ‘완소남’
제주도는 한국형 친환경 산업의 정책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가동 중인 제주도 한경면의 30㎿ 규모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약 2만4000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 사진:제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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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재 육성 프로젝트 성과가 축적되면 새로운 분야에서 제주도의 일자리를 다양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새해 들어 정부가 내놓은 최대 화두 중 하나가 탄소중립 선언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제주도는 이미 10년 전에 ‘탄소 제로섬 2030’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앞서 있다. 원 지사는 자신의 별명이 ‘완소남’이라고 했다. ‘완전연소를 꿈꾸는 남자’라는 뜻이다. 담은 의미는 다를지 몰라도 탄소제로에 도전하는 시대에 제법 어울리는 별명이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스마트 그린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제로섬 프로젝트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14%로 전국 대비 두 배 가까이 높다. 정부 목표치의 70%를 이미 넘었다. 전력 거래 자유화로 개인이 프로슈머(prosumer, 생산적 소비자)로서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만들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2만 대를 돌파했고, 연관 산업인 전기차 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탄소제로섬 프로젝트의 큰 방향인 저탄소사회와 디지털·비대면으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제주형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그린도시를 꿈꾼다. 제주의 친환경 정책에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하는 거다.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저장·활용 사업, 공공 마이데이터 유통서비스, 5G 비대면 헬스케어 서비스와 같은 것들이다. 2030년에는 내연차량 신규 등록을 중단하고 전기·수소차로 100% 전환한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드론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제주의 혁신 경험이 대한민국의 탄소 중립을 선도할 것이다.”
올해부터 전국에서 시행하는 자치경찰제가 제주에 시범 도입된 지 1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자치경찰은 행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지역에서 일어난 문제에 발 빠르게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할 때 다른 지역은 지자체와 지방경찰청이 ‘기관 협조’를 거쳐야 하지만, 제주에서는 자치 경찰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다. 제주연구원의 치안만족도 조사에서 84.6%가 제주자치경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제주도의 경험을 살피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자치경찰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다.”
누구나 계층 사다리 오르도록 기회의 평등 정책 필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20년 10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전력거래 자유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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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다. 비결이 뭔가.
“선제적인 방역 조치를 취한 게 주효했다. 작년 초 중국발 1차 유행 때 외국인 무비자 입국을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했다. 지금은 보편적이지만, 공항과 항만의 발열 체크와 선별진료소도 제주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진단검사 범위를 확대해 무료로 검사하고 있다.”
정부 방역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증상 감염자가 30~45%에 이른다. 감염자를 빠르게 추려내려면 전 국민 진단검사가 필요하다. 방역 초기에 확진자 수가 적고 신속히 검사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다 보니 자신감을 가진 정부가 백신 확보에 여유를 부리다가 다른 나라에 뒤처진 것도 사실이다. 외출 자제를 권고하면서 소비 쿠폰을 주는 엇박자로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다. 날아가는 코로나19를 쫓아만 가다가는 끝을 낼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두고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현장의 단체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얼마나 가성비가 있느냐가 문제다. 여러 연구 결과 지원금 중 50% 정도는 자기가 쓸 돈을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대신 저소득층에 주면 다 쓸 수밖에 없다. 소비 성향을 보더라도 같은 돈을 줬을 때 저소득층일수록 소비로 지출되는 효과가 크다. 3차까지 제주도 자체의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세 가지 경우를 다 해봤다. 1차는 하위 50%에게 줬고, 요긴하게 사용됐다. 2차는 모두 줬다. 돈은 (1차 때보다) 두 배로 들었는데 과연 두 배의 효과가 났는지는 의문이다. 3차는 피해 업종만 선별해서 줬다. 4차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인데 이번엔 피해 업종과 피해 계층에게 집중하려 한다. 10만원씩 전체에 나눠주는 예산의 절반으로 피해 계층에 특정해 주면 두 배로 두텁게 줄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관한 논쟁은 큰 틀에서 보편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기본소득 논쟁과 다르지 않다.
“소비 진작용으로 쿠폰을 준다는 의미에서 재난지원금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한 사람에게 매달 1만원씩, 1년에 12만원을 전 국민에게 주려면 약 6조원이 필요하다. 지금 노인들에게 주는 연금액이 9조원 정도다. 전체 노인에게 연금을 주고도 남는 돈을 전 국민에게 푼돈으로 뿌려서 소진하는 게 과연 맞을까? 기존 복지제도는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에 부딪힌다. 선진국들도 이 문제 때문에 못한다.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N분의 1로 나눠주자는 좌파형 기본소득은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 사이의 격차를 줄이지도 못하고, 저소득 가구의 바닥을 높여주지도 못한다. 막대한 예산에 비해 격차 해소 효과도, 소득보장 효과도 없는 거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내놨는데, 어떻게 다른가?
“중위소득의 50% 정도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거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 중위소득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바닥을 평평하고 높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개인 차원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국가가 소득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사회 경제활동 인구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청년이나, 사회가 급변해 새로운 기술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경우처럼 인생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미취업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생활비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정도로 지원하는 거다. 엄밀히 말해 기본소득이 아닌 ‘취업 역량 키우기 위한 소득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모든 국민이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회의 평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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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 비대위 구성원들에 스포트라이트 나눠줘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99년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개혁을 주도해왔다. 2002년 12월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모임인 미래연대 회원들과 당 지도부 사퇴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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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제안했을 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걸로 안다.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다.
“재난 때 돈 주고 국민에게 위기 극복을 독려하는 건 보수에서도 다 하는 거다. 경직된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구체적인 현실성과 방법론에서 책임의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의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국가가 주는 걸 받아 쓰는 국민이 아니라 자기 역량을 키우고 기회를 활용하는 자율적인 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보수의 가치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거다. 창조적 파괴와 적절한 인센티브로 생산성 경쟁을 유도해 경제가 활력 있게 돌아가는 분배의 정의와 공동체 통합을 강조하고 싶다. 보수의 탈을 쓰고 국민이 진절머리 내는 것들은 과감히 단절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건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선택 자유를 없애서 정부가 획일적으로 배분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은 양보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당의 나쁜 모습을 줄이는 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막말이 사라지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태도 줄었다. 5·18과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과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제는 잘못된 것을 줄이는 게 아니라 희망적인 것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것은 김 위원장 혼자 못한다. 비대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구성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나눠줘야 한다. 어차피 시기의 문제일 뿐이긴 하다. 4월(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7월(대선 후보 등록), 11월(대선 후보 확정)이 되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주자들의 무대가 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권에 태풍이 됐다. 윤 총장이 대선 정국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
“윤석열 현상은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낸 소용돌이다. 지금은 야당의 대선 주자 경쟁을 가릴 정도로 들이치지만, 한 달 내내 부는 태풍은 없는 법이다. 어쨌든 윤 총장에 대한 지지나 기대는 그가 경제·외교·국방을 잘하는 대통령감이라는 게 아니라 현 정부에 대한 명징한 반대 의사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권의 법치 파괴에 대한 대항자로 국민이 부각했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럽다. 상식과 법치가 선 사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윤 총장과)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게 현실이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의 올바른 전략을 뭐라고 보나?
“전략이 필요 없다. 서울시장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기면 분위기가 확 바뀔 거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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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의 민주화 공로는 역사의 뒤안길, 꼰대 사고 버려야
2004년 7월에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40세 나이로 최연소 최고위원에 당선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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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도지사 임기의 반환점을 돈 그는 대권 도전이라는 새 여정 앞에 섰다. 이번 대권 도전은 두 번째다. 다만 2007년 첫 번째 도전은 개인적 권력 의지보다 당내 개혁세력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대의에 방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올 하반기 당내 경선부터 내년 봄 치러질 대선까지는 그의 국가적 리더십을 평가받을 장쾌한 서사의 무대다. ‘원조 소장파’답게 그는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개혁을 강조했다.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던 22년 전(1999년)의 뜻 그대로다.
보궐선거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까.
“보궐선거는 일방적 국정운영과 그에서 비롯된 민생 어려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본다. 부동산과 정책 실패로 인해 청년 실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잘못을 알면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데 수정은커녕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에 의해 그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 그게 보궐선거의 의미다.”
정치에 입문한 뒤로 보수 개혁에 앞장서온 원조 소장파로서 선거 국면에서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게 개혁이다. 묻지 마 반문으로는 안 된다. 개혁은 그 자체로서 당위이기도 하고, 개혁을 통해서만 집권할 수 있으니 현실적 전략이기도 하다. 보수는 개혁과 변화의 실적이 있다. 과거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 우리 사회의 큰 개혁과 변화가 이뤄졌다. 북방외교, 금융실명제, 건강보험, 주택 200만 호 건설은 다 보수 정부의 성취물들이다. 우리가 현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려야 한다. ”
기득권이 된 586 퇴진과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고도 했다. 세대교체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586세대가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는 있지만, 30여 년 지나면서 이미 역사의 뒤안길이 됐다. 지금의 586은 위선적이다. 시대를 리드해 새 지평을 열어가는 게 아니라 강성 지지층에 영합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집권해서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세력이 돼 있으면서 자기들 이익만 고수하고 자기 사고의 잣대를 꼰대처럼 강요하고 가르치려고만 한다. 미래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에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는 또 하나의 극복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본다.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안 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자성과 변화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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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시대정신? 국가 경영 능력 보여줘야”
586세대인 원 지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청년세대의) 유리천장도 깨고, 물길을 막고 있는 걸 뚫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부모 세대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청년세대를 관통하는 연결고리가 586세대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게 보수의 혁신적인 모습이고, 진보도 제대로 자리 잡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규정한다면?
“대선의 시대정신은 ‘국가 경영’이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찬반 토론이 가능한 국가 비전과 의제들이 있었다. 현 정부는 목표 자체가 안 보인다. 아집과 내로남불, 이념적 고집으로 점철돼 있다. ▷불확실성 해소 ▷상식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 ▷기회의 사다리 재건을 전면에 내걸고, 그걸 잘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
원 지사가 첫 임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주도는 청렴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와 관료 사회가 학연과 지연의 늪을 벗어나지 못해 혼탁했다. 막 지천명(知天命)의 나잇줄에 들어선 원 지사가 제주도정 개혁의 마중물이 됐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였던 제주도는 이듬해부터 한 계단씩 오르더니 취임 3년 차인 2017년에는 4위에 올라섰다. 2016년에는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에서 종합성적 1위로 최우수 지자체에 선정됐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으며 도민과 가까이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전두환 정권 때 대통령의 제주도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던 도지사 관사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원목 가구로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여느 기관장의 집무실과 달리 제주지사 집무실은 파스텔톤 색깔을 입어 벤처기업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여의도에서 품은 개혁가의 꿈은 제주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이제 다시 그의 시선은 서울을 향하고 있다.
의회정치와 지방행정을 경험했으니 이제 국정 운영만 남은 셈이다. 원희룡의 강점이 뭔가?
“정책을 집행하는 일선에 있기 때문에 정책이 현장에서 집행되는 과정의 경험이 풍부하다.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적 특성을 모르는 행정가는 점령군처럼 흔들다가 결국 현실적인 성과 없이 남 탓하면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안 해보면 군림하고 과욕을 부리다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점령군처럼 굴어서도 안 되고, 관료 탓만 해도 안 된다. 관료조직을 잘 활용할 줄 알고 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국민을 위한 성과를 내는 게 행정가의 리더십이다. 그 점에서 안 해본 사람이나 건성으로 해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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