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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망할 회사 다니느니…" 2030 동학개미들이 주식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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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편집자주] 2020년은 '동학개미'의 해였다. 코스피가 1400대까지 추락하자 매수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이 사실상 지수를 끌어올렸고, 이같은 상승 에너지 속에서 코스피는 멀게만 보였던 3000을 돌파했다. 개미는 더 이상 외국인과 기관의 힘에 눌리는 약자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개미. 나의 가족, 친구, 동료, 나 자신 모두 개미이거나 미래의 개미다. 다양한 얼굴의 개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개미를 만나다①]2030 동학개미 5人 대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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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씨(왼쪽), 조현아씨, 한동원씨가 2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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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면서 정답은 없다는 걸 배웠어요. 그런데 그런 얘기는 아무도 안 해주더라구요." (김모씨·39·프리랜서)

2020년과 올해초 증시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동학개미'다. 개인투자자는 140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때까지 40조원을 넘게 사들이며 국내 증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할 때도 개인의 힘이 컸다. 이른바 '펀드 열풍'이다. 다만 그때와 동학개미 운동의 차이는 '스스로 컸다'는 점이다.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 추천에 따라 펀드에 가입했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와 주식 책을 보며 공부한 개미들은 국내·해외 주식을 직접 사들였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까지 바꿀 만큼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은 커졌다.

개미들이 주식에 뛰어든 이유와 투자 일화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있다. 고용·취업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불안, 기관투자자나 제도권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다.

주식 입문 계기부터 증시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까지. 2030 개미들 5명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5인 중 직장인 박모씨와 프리랜서 김모씨의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인터뷰이: 조현아(24·대학생)/박모씨(34·직장인)/한동원(24·스타트업 영상PD)/김성효(38·전업투자자)/김모씨(39·프리랜서)

Q. 주식은 언제부터 입문하게 됐는지, 현재 투자 금액 규모는?

현아 : 2019년 10월에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며 주식에 입문했다. 투자금액은 미국 주식 1200만원, 국내 주식 2000만원 수준이다. 미국 주식 투자금은 직접 모았다. 국내 주식은 대출이나 부모님께서 맡긴 돈으로 투자했다.

박모씨: 본격적으로 주식에 입문한 것은 2년 정도 됐다.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하게 됐다. 투자금액은 1억원 정도다.

동원: 2017년 가상화폐로 손실을 본 뒤 2019년 8월 금융 관련 뉴스레터를 보고 주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 투자금은 현재 1000만원 정도다.

김모씨: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주린이다. 시드는 1000만원이다.

성효: 대학생 때도 종종 하다가 2012년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처음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휴대폰을 통해 회사에서도 주식 매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는 퇴사하고 전업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투자금액은 10억원 내외다.

Q. 개인투자자로서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주식 열풍을 체감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모씨: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휴대폰에 주식 창을 띄우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 저도 그중 하나다. 서점만 가도 오픈 매대에 주식 섹션이 아예 생겼더라. 재테크의 한 부문도 아니고 주식 매대만 따로 만들어 놓은거다.

보통 책이 많이 팔리는 분야를 만들어놓지 않나. 사람들이 주식 관심도 많고 서점도 장사가 되니까 하는구나 싶었다.

현아: 처음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코로나19(COVID-19)로 상승장과 하락장을 피부에 와닿게 경험했다. 어린 나이에 굉장히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 증시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글 하나 안 올라오던 게시판에 수익 자랑글이 부쩍 늘었다.

동원: 주식투자자로서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어머니가 '돈 생기면 테슬라 장투해야 하는 것 아니니'라고 묻는 걸 보고 정말 전 국민이 주식을 하는구나 싶었다.

주식 이야기를 서로 일절 안하던 동네친구도 갑자기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더라. 이렇게 주식에 관심이 많을 때 해야겠다 싶어서 성효님과 주식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다.

김모씨: 개인적으로 2020년은 터닝포인트였다. 10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주식을 배웠다. 외식업 관련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경기 타격을 너무 많이 받으면서 퇴사 고민까지 이어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주식으로 돈을 벌면서 사업 계획 등을 세워볼 수 있게 됐다. 다른 일을 도전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갖게 해준 한 해였다.

Q. 요즘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공매도'다. 재개와 금지 연장 중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성효:
개인도 기관처럼 똑같이 공매도를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오히려 개인에게 주어진 공매도의 제약이 없어진다면 개인투자자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개인이 주식을 해서 수익을 못 내는 이유는 공매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공매도를 기관과 동일한 조건에서 하기 힘들다면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박모씨: 공매도 금지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주식시장에 있던 제도다. 불법 제도는 아니지 않나. 다만 공매도 모니터링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 놓고 시작해야 한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만 봐도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안 해놓는 느낌이다.

현아: 공매도가 제대로 안 굴러가는 회사가 주가 부양을 못 하도록 쓴맛을 보여주는 필터링 작용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도 똑같이 공매도를 해주도록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동원: 공매도를 계속 다같이 못한다면 시장이 변질될 수 있으니 개인과 기관, 양쪽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모씨: 불법 공매도 등 악의적으로 주가를 내리는 세력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보완도 필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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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씨가 2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주식 거래창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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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식투자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효: 비슷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 당연히 직장을 포기하고 주식을 하라고 대답한다. 연봉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있고 코로나와 같은 악재에도 끄덕 없이 버티고 몇 십년 간 이어갈 좋은 기업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몇 프로 안되지 않나. 저한테 묻는 사람도 당연히 그렇지 않으니까 물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불안한 위치라면 주식 실력을 키워서 어떤 장이 와도 꾸준한 수익을 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그게 낫다.

김모씨: 저는 퇴사를 고민하면서 노동 소득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만 동결이더라.

삶에 한계가 오더라. 노동 외에 다른 소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감한다.

박모씨: 회사 사람이나 주변만 봐도 노동의 가치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봤자 연봉은 거의 똑같고 오히려 몇 년차 더 높다는 이유로 일 못하는 사람이 연봉은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투자 활동은 실력 대비 평가를 그대로 받는다.

교육의 폐해였는지 모르지만 노동을 너무 신성시해온 것 같다. '노동으로 무조건 돈을 벌어야 돼'라고 주입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이게 답이 아니었구나'하고 조금씩 깨달은 것이다.

현아: 회사를 아직 안 다녀봤지만 비슷한 고민을 한다면 퇴사할 것 같다. 주식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보기도 하고 잃어보기도 했다. 이것도 꾸준히 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굳이 취업하지 않아도 '자본소득으로 먹고 살수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리 주식을 오래하고 종목 발굴을 잘하더라도 취업 준비를 하더라.

동원: 대학교 자퇴를 두 번 하면서 힘들었다. 최저시급도 못 받고 상당히 오래 일을 했다. 이렇게 살면 생활이 유지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돈 공부를 어떻게 할지 혼자 찾아봤다.

학교나 사회에서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사기도 당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주식투자를 하면서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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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씨(왼쪽), 한동원씨, 조현아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공유오피스에서 주식 거래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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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증시 뉴스 등을 보면서 증시 전문가와 개인투자자 사이 괴리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박모씨: 소위 전문가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예측이 틀릴 수는 있는데 분석 결과에 대해 검증 체계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리포트를 쓰면 이 사람은 '몇 번은 맞고 몇 번은 틀리더라' 이렇게 검증해주는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

동원: 많은 전문가들이 언론에 나와서 책임지지 않는 말을 남발한다. 개인투자자는 필터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지 않다 보니 '나보다 전문가니까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맞겠지' 하고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성효: 전문가보다는 언론이 문제다. 어느 전문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주느냐에 따라 대중들은 움직인다. 전문가라면 지난해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시장) 상승률의 최소한 2배 돼야 한다고 본다.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 사면 코스피 상승률의 2배는 되는데, 그것보단 높아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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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씨(왼쪽부터), 한동원씨, 조현아씨가 2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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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투자자로서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박모씨: 다트 등 공시사이트가 너무 불편하다. 개인투자가 활성화되려면 접근성을 확보해줘야 하는데,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개인투자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다. 개인투자로 돈 버는 것은 투기이고 펀드로 돈 버는 건 투자라는 프레임이 있는 느낌이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아: 해외 증권사에서는 'SELL(매도)' 의견을 내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의견 내는 리포트가 거의 없지 않나. 안 좋은 것은 안 좋다고 내는 리포트도 있으면 좋겠다.

동원: 빚투, 영끌 등 신조어만 봐도 주식투자 행위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은 그렇지 않은데 주식의 '빚투'와 '영끌'은 마치 하면 안되는 행위처럼 말한다. 부정적 표현 때문에 '주식은 도박이고, 하면 망하니까 안 되겠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김모씨: 최근 리딩방 피해를 봤는데 저도 주식을 잘 아는 지인이 있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볼 곳도 없고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까.

불법·사기성 리딩방에 대한 감시나 처벌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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