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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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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미투 3년, 조롱과 음해 넘쳐…칼날 위 걷는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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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서지현 검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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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최근 정치권에서 터져나온 잇단 성추문에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서 검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8년 1월 29일 벌써 3년 전”이라며 “생각을 한번 정리해볼까 하던 중 어제 오늘의 뉴스들로 쿵하고 떨어지던 심장이 결국 어질어질해진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관공서, 정당, 사무실, 거리 하물며 피해자 집안에서까지 성폭력이 넘쳐나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와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라며 “과연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고 한탄했다.

서 검사는 “N번방 같은 조직적 성폭력 외에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온 것은 사건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고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라면서 “나에게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고, 아직도 ‘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 검사는 지난 3년간의 성추행 사건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가해자의 사과도 없었고, 2차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수사도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징계 시효는 오는 30일로 끝나지만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조직적으로 나를 음해해왔고, 2차 가해를 옹호하고 방치하고 조장해왔다”라며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 X’으로 알고, ‘정치하려고 한 일’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감시와 조롱과 음해의 한복판으로 매일 출근하면서, 협박을 받고 비아냥거림을 당해도 칼날위를 걷는 듯한 통증에 ‘어차피 인생은 유한하잖아. 금방 죽을테니, 쫌만 참아’라는 말을 유일한 위로랍시고 내게 건넨다”고 했다.

이어 “어떤 날은 이런 현실이 참으로 우습고 하찮게 느껴지다가도, 어떤 날은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절망스럽게 느껴져 엉엉 울어보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남의 일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들 그러나”라며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히라”고 글을 맺었다.

앞서 서 검사는 3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2010년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지만,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고소 가능 기간이 지나 적용되지 않았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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