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당정 협의… 與 "2월 입법·늦어도 4월 지급 추진"
홍남기 "재정 화수분 아니다… 재정·세제 지원책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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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나라의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기재부는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적자 국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산 마련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25일 정부 당국과 여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 관계자는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 후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에는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명시한 '상반기 내'보다 지급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민주당은 '투트랙' 방식의 손실 보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과세자료를 기준으로 손실에 비례해 보상하되 과세 자료가 없는 연 매출 4000만원 이하의 사업자는 정액 보상하는 방식이다. 또한 의원 입법안이 우후죽순으로 제출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담는 게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일부 의원 입법안은 천문학적 재정을 필요로 한다. 손실 매출액의 50~70%를 보상해주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부터 인건비 등을 보전하는 강훈식 의원 안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입법안에 추산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면서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등 떠밀리듯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논의 중인 상황인 데다 재원 마련은 적자국채 발행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개월에 100조원이 드는 입법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 21일에는 본인 페이스북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치적 만들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해외에는 자영업자 보상을 법제화한 사례가 없다"고 답했다가 정세균 총리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 차관의 발언이 정부의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처럼 해석됐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김 차관의 발언에 "개혁에는 저항세력이 있다"며 '격노'한 배경도 결국은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취임 후 코로나19의 3차 확산과 백신 물량 확보를 두고 곤욕을 겪었다. 상황을 타개할 카드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꺼내들었는데, 기재부가 이를 가로막는다며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논리로 전개되고 있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은 계층에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일이지만 대상이 자영업자로 한정돼 있는 것은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며 "손실을 입은 매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손실을 정확하게 측정할 시간을 두고 억울하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선별할 수 있을 때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chdh07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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