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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정인이 사건'에 분노한 스타들

정인이 양부모 과실치사? '그알'만이 살 길이다 [손남원의 연예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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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손남원 기자] SBS의 탐사보도 심층 프로인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는 1992년 3월 31일 첫 전파를 탔다. 벌써 햇수로 29년째다. 긴 세월을 한결같이 이 땅의 숱한 미제사건과 사회문제를 파헤치고 추적했다. 몇몇 유명한 추적 프로가 취재 갑질과 편향성 논란에 오염될 때도 '그알'은 초심을 잃지않고 버티는 중이다. 권력과 광인, 범죄자들의 위협과 협박 속에서 진실을 밝히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가시밭길 행군이었음에 분명하다.

'그알'은 올해 출발부터 온 국민의 심장을 쥐어짜고 신음하게 했다. 수많은 시청자가 '그알'을 보며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창피함에 뒤섞여 눈물을 흘렸다. "정인아 미안하다." 눈 뜬 봉사들이 세 살 정인이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할 수 있는 사과란 고작 이 말일 수밖에.

양부모의 방치 아래 16개월 짧디짧은 삶을 마친 정인이. "아파요" "살려주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구조를 요청할 단어 몇 개도 배우기 전에 정인은 고통 속에 숨졌다. 그의 죽음을 외면하고 방치한 건 우리네 어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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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의 신고와 위험신호를 철저히 '개'무시한 경찰은 아직까지 제대로된 반성도 없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때 인명구조에 소홀했던 당시 해양경찰은 여론으로부터 난도질 당했다. 3세 여아를 엽기적인 죽음으로 몰고가는데 일조한 '정인이 신고 무시' 경찰은 도대체 어찌해야 될까. 꼭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어야 국민의 아픔이 배가 되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정인은 그를 위해 악에 받쳐 울고 고함쳐줄 핏줄들이 세상에 없기 때문일까. 뒷배없이 태어난 한 아이의 남다른 슬픔은 처참한 죽음 뒤에도 거리를 떠다니는 느낌이다.

'그알'의 지난 23일 방송은 부제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을 시청자들에게 진심 그대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인의 양부모는 갓 입양한 갓난아기를 수시로 방치했고 폭력까지 가한 모양이다. 물론 양부모 측 주장은 또 다르다. 지난해 11월 11일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기소된 장씨는 정인이의 죽음이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다고 했다. 화를 내면서 정인을 흔든 건 있지만 가슴 수술에 따른 통증 때문에 떨어뜨렸다는 것. 양부모 변호인 측도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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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송에 앞서 ‘그알’ 측은 정인이의 사인인 복부 손상을 두고 췌장이 파열될 정도의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양부모 체격의 여성이 3세 아이의 췌장을 파열 시킬 정도의 힘은 3800~4200뉴튼 정도였는데 이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밟는 수준이었다. 양부모 측에서 보면 일방적인 '그알' 측의 실험일수도 있고 지금의 높은 파도가 넘어가면 후일 '그알'이나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의 신문기자 생활 수 십년을 되돌아볼 때 이같은 가해자의 역습은 절대 과대망상이 아니다. 사회적 공분이 높을 때 비난 보도 물결에 휩쓸렸다가 수 개월 혹은 수 년 뒤에 양심과 현실이 뒤바뀌는 황당한 경우를 수없이 겪었으니까. 초년병 사회부 경찰기자 시절, 영등포의 한 이단교회 취재를 갔다가 정신줄 놓을 정도로 공포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이비와 광신도라면 겁부터 난다.

'그알'이 대단한 건 이처럼 험난한 길을 19년째 묵묵히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이비 종교나 악덕 거물 기업가, 조폭, 사이코와 소시오패스 등 남들이 다 기피하는 험지 속 소재를 다루는 중이다. 온갖 고난을 이겨낸다 한들 부귀와 영화가 기다리는 분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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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이번 정인이 보도처럼 묻혀진 진실을 알려서 그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라는 바람과 진정성이 '그알' 팀을 움직이는 힘일 것이다.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으로서의 시청자가 이들에게 보답할 길은 하나뿐. '그알'이 더 오래 지속될수 있도록 열심히 지켜보고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해주는 것이다. 이로써 정인에게 지은 죄의 만분의 1이라도 감추고 속죄하고싶은 심정이다. /mcgwire@osen.co.kr

[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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