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15건 행정명령·2건 기관 조처 서명…9건은 '트럼프 뒤집기'
팬데믹 지속·K자형 성장 등 극복과제 즐비…장관 없이 '나 홀로' 취임
당분간 내치에 치중할 듯…외치로 눈 돌려도 한반도 문제 뒷전 우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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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기다릴 시간이 없다. 즉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20일 낮 12시(현지시간) 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 들어서자마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업무에 착수했다.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 책상에는 15건의 행정명령과 2건의 기관 조처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거침없이 서명을 시작했다. 17건 중 9건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첫날 첫 업무는 ‘트럼프 지우기’였던 셈이다.
향후 열흘…‘트럼프 다 지운다’ 의지
행정명령 1호는 ‘100일 마스크 쓰기’다.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마스크 착용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던 전임 트럼프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연방정부 차원의 의무화 조치는 연방청사와 부지는 물론 주(州) 정부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3호는 30일 이내에 파리 기후변화 협약 복귀 명령이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서 채택된 이 협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으로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였다. 미국이 ‘리더 국가’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위한 비상사태 효력 중단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및 협력 재개 등 나머지 7개 명령에도 서명하며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트럼프·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등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날 각각 4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비해 4배가 넘는 업무 수준이다. 향후 21일부터 2월1일까지 열흘간의 행보도 코로나 대응, 경제복원, 기후변화, 이민정책 등 ‘트럼프 지우기’ 일정으로 꽉 찼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야외무대에 설치된 취임식장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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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인 난제 속 샌드위치 되나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비정상화의 정상화’ 작업은 멀고 험난할 여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양분된 미 사회, 코로나19 팬데믹 및 이로 인한 경기침체 등 하나같이 해결이 쉽지 않은 굵직한 난제들이어서다.
팬데믹 충격은 여전히 실물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사망자가 4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백신 접종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 회복세’는 대표공약인 ‘더 나은 재건’의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6일 의회 난입사태가 웅변하듯 양극단으로 치달으며 둘로 갈린 미 사회와 맞물릴 경우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취임식 불참 등 막판까지 ‘불복’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는 이날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로 향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행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정치적으로도 샌드위치 신세다. 바이든표(標) 1호 법안인 이민법 개정안을 두고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좌파진영 모두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에는 불법체류 이주자에게 합법 체류 자격을 주고 8년에 걸쳐 미국 시민으로 흡수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공화당은 “무조건적인 집단사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좌파진영은 “충분치 않다”고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이미 예고한 코로나 대응 대규모 추가 부양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에선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당장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수행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탤 각료들이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해 ‘나 홀로’ 취임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만이 의회 인준을 받았을 뿐이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야외무대에 설치된 취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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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뒷전으로 밀릴 수도
문제는 북핵(北核)문제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란과의 동결자금 및 선박 억류 문제 등 한국으로서는 미국정부의 협력과 동조가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날(19일) “중국은 미국의 최대 도전국가”라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언급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은 중국문제를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미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주도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투자협정까지 합의하는 등 미래권력을 향한 노골적 행보를 펴고 있다.
이란 핵 합의,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바이든 행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들이다.
동맹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너진 동맹 복원 역시 한국 등 아시아가 아닌 유럽 쪽에 초점이 먼저 맞춰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령인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동맹국들의 대미(對美) 외교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안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가진 환송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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