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증시가 사상 최고점까지 오르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거액의 증거금을 맡기고서라도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일반투자자들처럼 기관투자자들도 종목에 관계없이 '묻지마투자'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핀테크 전문기업 핑거는 지난 14~15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코스닥 시장 역대 2위인 1453.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공모 물량의 60.0%인 78만주 모집에 1511곳의 국내외 기관이 참여했다. 핑거는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3000~1만5000원)를 초과한 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14~15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 모비릭스도 1407.5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비릭스는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500~1만4000원) 상단인 1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모비릭스의 기관 수요예측엔 전체 공모 물량의 74.3%인 133만7000주 모집에 1516곳의 국내외 기관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13일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 선진뷰티사이언스도 128만4500주 모집에 1507곳의 기관이 참여해 143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431.28대 1은 코스닥 시장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와 3위는 카카오게임즈(1478.53대 1)와 포인트모바일(1447.07대 1)이다.
통상 연초는 IPO 시장 비수기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개인은 물론 기관까지 물량 확보에 혈안이다. 예비 상장사 입장에서도 올해 SK바이오사시언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조 단위 대어급 회사들이 상장을 앞둔 만큼 이들과의 경쟁을 피하고 시황이 좋을 때 자금확보에 나서야 한다.
최근 A사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요즘 웬만한 곳은 첫날에만 종가가 (시초가 대비)더블로 뛰기 때문에 종목을 이해할 필요 없이 일단 넣고 보는 추세다"라며 "수량을 많이 받는 게 중요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발행사나 주관사로부터)사업성에 대해 설명을 듣더라도 시간이 짧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일단 장이 좋으니 기관들도 묻지마투자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기관투자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량 확보를 위한 평판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일부 상장주관사는 화이트리스트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우량투자자와 불량투자자를 선별하기도 한다. 실제 청약 때 입금하지 않는 기관투자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다음 IPO때 적은 물량을 배정하거나 배제하는 식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같은 조건이라면 발행사의 오버행 이슈를 고려해 장기 운용하는 곳에 (물량을)더 배정하는 방법이 화이트리스트의 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최근엔 공정성 이슈가 대두되면서 인맥을 통해 부탁해도 물량을 더 받기는 어렵다"면서 "보호예수를 길게 설정하거나 평소 공모 때 자주 참여해 실적을 인정받아야 유리하다"고 말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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