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훈련 중지 촉구…남북 협의 흥미 보일 수도
남북 군사공동위 가동·바이든 신행정부 조율 첩첩산중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월 초 계획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남북 간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한미 간 조율과 남은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당시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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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한반도정세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남북 간 협의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3월 초 9일 가량 일정으로 계획된 한미연합훈련까지 시간이 빠듯한데다 훈련 성격상 한미 간 조율이 필수적인데 출범 직후인 조 바이든 신행정부 입장에서도 여유가 많지 않다.
문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게끔 합의돼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남북 군사분야합의서 1조 1항에서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이었다.
미 정권교체에 따른 정세 전환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남북 간 한미연합훈련 협의에 흥미를 가질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폐막한 제8차 노동당 당대회 과정에서 남측이 제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방역 협력과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고 일축하면서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함께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남북은 군사합의서 체결 한달 뒤인 2018년 10월 장성급회담을 열고 군사공동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다. 국방부는 2019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방차관과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현 국방성 부상)을 위원장으로 하고 분기 1회 정례회담을 개최하는 등의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유예에 따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축소해왔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전직 관료 출신의 대북전문가는 19일 “군 통신선을 비롯한 남북 연락채널이 차단된 상태에서 과거 남북 협의 절차를 생각해보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남북군사공동위 가동은 어렵다”며 “국내현안이 산적한 바이든 신행정부와의 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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