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필요시 북과 협의"…김정은 '중단' 요구에 '만나서 얘기하자' 해석도
"연합훈련 3월초 계획…코로나19로 축소 불가피"
한미연합훈련(PG)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하게끔 그렇게 합의가 되어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 '만나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에 국방부는 "우리 군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 군사회담을 통해 협의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군사합의서는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서가 명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에는 남북한 독자훈련 뿐 아니라 한미연합훈련도 포함한 것으로 군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이 합의서 조항의 정신은 남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획할 때는 군사공동위를 통해 훈련 일정과 목적 등의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상호 '적의'가 없음을 확인해 우발적인 충돌을 막자는 취지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도 "남북군사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상호 군사정보를 교환하거나 훈련을 참관하는 등 군사태세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은 군사합의서 체결 한 달 후인 2018년 10월 26일 제10차 장성급회담을 열어 군사공동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했고 후속 군사회담은 지금까지 개최되지 않고 있다.
당시 남측은 군사공동위 위원장은 1992년 5월 기본합의서를 준용해 차관급(북한 부상급)으로 하고, 분기 1회 회담 추진 방안을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기본합의서의 군사공동위 구성 합의를 보면 남북은 각각 위원장 1명(차관급 이상), 부위원장 1명, 위원 5명으로 구성하고, 분기에 1차례씩 판문점·서울·평양 등에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하면 쌍방이 합의해 수시로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올해 군사회담에 호응해오면 군사공동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를 마무리 짓고,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 유해발굴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 왕래 조치를 우선 시행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목적의 훈련임을 거듭 강조했다.
군 당국은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1차 정상회담 후 '연합훈련 유예 또는 규모 조정' 의지를 밝힌 이후 '반격' 성격의 2부 훈련은 과거처럼 공세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연합훈련은 1부, 2부로 나뉘어 시행하는데 1부에서는 한미 연합군의 전투준비태세 점검에 치중하고 있고, 그간 해왔던 반격 위주의 2부 연습은 거의 '시뮬레이션 및 강평'으로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초에 계획된 연합(지휘소)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 연기한 뒤 결국 취소됐다.
같은 해 8월 18~22일까지 시행된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도 훈련을 목전에 두고 참가인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폭 축소됐다.
코로나19로 미국 본토 증원 병력 및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주일미군 소속 병력이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훈련은 한국군, 주한미군 따로따로 진행하면서 환수되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반쪽'에 그쳤다.
국방부는 오는 3월 초에 9일가량의 일정으로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행해 작년 하반기 못다 한 FOC 검증 연습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훈련 일정과 규모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지속하면 작년 하반기처럼 한국군 및 주한미군 따로따로 훈련이 불가피해 보이고, 이럴 경우 훈련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취임하면 먼저 '전화회담' 등을 통해 연합대비태세 방안과 연합훈련 시행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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