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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2020 미국 대선

바이든, ‘트럼프 지우기’ 해석은 1차원적···美, 일방주의 더 까다로워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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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행정부 외교·통상 전략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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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 시간) 낮12시부터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됩니다. 예측 불허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서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뀌는 만큼 많은 것이 변할 것입니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고 힘이 빠진 세계무역기구(WTO)를 되살릴 예정입니다. 이민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겠죠. 대북 접근 방식 역시 하향식인 ‘톱다운(Top Down)’에서 상향식인 ‘바텀업(Bottom Up)’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정책을 줄줄이 뒤집는다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1차원적인 접근이기 때문이죠. 큰 틀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다각적으로 봐야 합니다.

바이든 취임은 증시와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휴일이라 장이 없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어 특별히 외교·통상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평소보다 글이 길지만 한 번 알아두면 바이든 정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이든의 외교, 통상전략, 중산층 재건이 목표
바이든 정부의 외교·통상 방향을 이해하려면 바이든 정부의 국정목표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은 재건(빌드 백 배러·Build Back Better)’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바이든 당선인의 목표는 중산층 재건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정책이 중산층 재건에서 출발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졌다고 봅니다. 그는 지난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 3·4월호 기고에서 ‘중산층을 위한 외교(A 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외교 방향은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없애 노동자에 이익이 되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미 외교협회(CFR)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세계화가 불평등을 증가시켰고 탈산업화를 가속화했지만 미국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는 데서 시작한다”며 “에너지와 교육, 인프라에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펴고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와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 전략도 여기에서 나온 겁니다.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과 공급망 재편도 같은 맥락인데요. 바이든 당선인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글로벌 경제의 규칙이 미국에 불리하게 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무역장벽을 허물고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美 노동자에 나쁜 무역장벽 허문다...원산지, 노동규정 강화 USMCA 중시

바이든 정부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그는 불이익을 주는 무역장벽을 허물겠다고 콕 짚어서 얘기합니다. 바이든이 동맹과 국제기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지만 중산층 재건이라는 목표에 맞는지 따져볼 겁니다.

이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인 캐서린 타이의 말을 들어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그는 지난 12일 “대통령 당선인의 비전은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노동자, 임금 근로자”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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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내정자의 발언을 뜯어보면 앞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할 때 단순히 관세 인하에만 주력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실질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거나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게 목표라는 겁니다. 거꾸로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과 타이 내정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높게 평가합니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것인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시 무관세 적용을 받으려면 역내 생산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까지 높여야 합니다.

또 차 생산과정에서 주요 부품을 북미지역에서 더 많이 조달해야 합니다. 환율조작 금지 조항과 노동환경 개선 등도 들어갔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미국과 한미FTA 재협상을 하면서 사실상 패키지로 환율조작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한미FTA에 직접 포함돼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과 한국, 대만, 중국 등 주요 대미 수출국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통상 역시 중산층, 노동자를 기준으로 보면 됩니다.



트럼프와 다르다고?...점잖은 압박이 더 무섭다

이번엔 방향을 바꿔보겠습니다. 앞서 바이든이 트럼프 방식만 아니면 된다는 ‘애니씽 벗 트럼프(Anything But Trump)’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실제로 그럴까요? 국제기구 복귀와 이란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 이민정책 회귀는 과거와 큰 차이가 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 강화와 국제기구 참여, 기후변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외교의 큰 원칙을 제시했다”며 “내부적으로는 이민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악명 높은 정책을 신속하게 뒤집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하지만 이는 겉만 살핀 결과입니다. 안을 들여다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부분이 많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주요 정책은 △대중 압박지속 △제조업 재건·노동자 보호 △아프가니스탄·중동 미군 철수 △이스라엘 안보지원 확약 등을 내세웠는데요.

중국과의 관계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압박을 계속한다는 측면이 동일합니다. 바이든은 “중국을 그대로 둘 경우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계속 빼앗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경우 일자리와 노동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겠죠. 오히려 트럼프가 중국에 각종 제재를 해둔 덕에 그의 유산을 바탕으로 중국과 협상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명확히 바이든이 트럼프에 빚을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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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건과 노동자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에 먼저 써먹었던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든 당선인 역시 끝없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주둔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이 있죠?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노래하던 겁니다. 이스라엘을 중요 시하는 것도(모든 미국 대통령이 그렇지만) 트럼프와 같습니다.

물론 동맹에 있어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에게도 동맹은 공짜가 아닙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독일 주둔 미군 철군에 반대하지만 “동맹은 분명히 공정한 몫을 다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트럼프 때처럼 거친 수사와 황당한 행동은 없겠지만 본래 점잖으면서 조곤조곤 말하는 게 더 무서운 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는데요.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대놓고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포장을 어떻게 해 명분을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에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와 안보, 대북 문제 등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말이 잘 통하면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화와 협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바이든은 왜 일방주의를 이어가나?...코로나19, 극우쏠림에 美 우선주의 대두

이제 바이든이 왜 트럼프의 유산을 일정 부분 이어갈 수밖에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브라이언 머큐리오 홍콩 중문대 교수는 “톤(어조)이 다를 뿐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역시 무역법 301조를 계속 사용할 것이며 미국의 일방주의도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 “바이든은 경제 민족주의자이며 강화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과 국내 제조업 강화전략을 내세운다”며 “그는 중국이 지적재산권과 금융, 인권, 환경 분야에서 중국이 진전된 약속을 한다면 중국의 수입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미국 노동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이 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관세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라는 사람과 그의 정책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이미 100년 만의 최대치로 확대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차이는 더 벌어졌죠. 미국의 공업지대는 쇠락했고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졌습니다. 갈수록 극우세력과 음모론자들의 판을 치는 것도 경제적, 구조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역시 이런 미국의 시대 상황 아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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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필립 스티븐슨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뒤로 빠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시작됐고 이후로도 계속할 수 있다. 이 생각의 뿌리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생각에 대한 대중의 환멸에 있다”며 “미국이 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안에서부터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어 “(의회 습격에서 보듯) 미국은 백인 노동자들이 극우·극단주의에 쏠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내부적 수단인 경제에서 성공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때 이를 찬성하는 이는 49%, 반대는 44.2%였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각각 53%와 40%라고 하네요. 반대에서 4%포인트만큼 감소한 것이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40%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지난달 말 미국 성인 1,11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39%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그의 낙선을 바라는 배후 세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여전히 31%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미국은 분열돼 있습니다.

경제도 그렇습니다.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로 더 많은 부를 일구고 있지만 약 1,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실업 급여를 받고 있으며 약 40만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결국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중산층 재건과 일자리 창출. 이것이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다르면서도 같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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