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종 다른데 일률 규제…자정까지라도 영업하게 해달라”

자영업자들, 거리 두기 조정 앞두고 방역조치 완화 촉구 잇단 집회

카페·수도권 학원·필라테스 사업자들은 국가 상대로 손배 소송

[경향신문]

‘영업제한 항의’ 퍼포먼스 음식점호프점연합회와 전국당구장대표자연합회 소속 자영업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연 집회에서 식당, 술집 등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9시부터 영업제한은 사실상의 영업금지 조치입니다.” “자정까지 영업하게 해 주세요. 손님이 너무 없어서 방역수칙을 안 지키려야 안 지킬 수도 없습니다.”

음식점호프점연합회와 전국당구장대표자연합회 소속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영업시간 연장, 업종별 특성에 맞는 방역지침 수립, 공평한 정부지원금 지급 등을 촉구했다.

서울 수유동에서 맥줏집을 하며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는 이모씨는 집회에서 “전에는 오후 6시~오전 3시 영업을 했다가 영업시간 제한 조치 후에는 낮에도 운영하면서 배달까지 시작했지만 노동만 2배로 늘고 소득은 줄었다”면서 “얼마 전 외국계 대형마트에 갔더니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더라. 자영업자들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A씨도 “손님들이 저녁 먹고 맥주 한잔 하러 오는 게 ‘펍’인데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라고 하면 문 닫으라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면서 “대박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은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제한 조치가 완화된다고 해도 ‘집콕’ 생활이 익숙한 손님들이 밖으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자정까지만이라도 영업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업주들이 철저히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인천에서 12년째 당구장을 운영 중인 백모씨(41)는 “당구는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마스크를 벗을 일도 거의 없는데 정부는 위험도 확인도 없이 무조건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라고 한다”면서 “우리 같은 업종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카페 사장님들은 홀영업이라도 할 수 있는 (호프집) 업주들을 부러워하지만, 우리로서는 낮에 영업하는 카페가 그나마 낫지 않냐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자영업자마다 고충이 다른데 규제는 일률적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전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등 10개 단체가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 영업을 밤 12시까지 허용하고, 이용 가능한 인원 기준도 시설면적 8㎡당 1인에서 4㎡당 1인으로 완화하며 정부가 추가 방역조치를 실시할 경우 업종별 단체와 협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16일 물리적 거리 두기 정부 조정안이 발표된 후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에 대한 손실보상,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지원 대책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자영업자들의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소속 358명은 지난 14일 1인당 500만원씩 총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함께하는사교육연합 소속 수도권 학원 원장들은 지난해 12월31일 1인당 500만원씩 총 17억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소속 사업자 153명도 지난해 12월30일 7억6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오경민·유희곤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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