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김재련 변호사 '또다른 성추행 가해자 법정구속' "법원이 박원순 성추행 언급 다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동료 공무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안에서 열린 짧은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법원은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장 동료를 성폭행한 정모씨에 대해 징역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A씨였다.

카메라 앞에 선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 내내 손에 들고 있던 A4 용지의 글귀를 읽어 내려갔다. A씨가 이날 선고된 사건의 재판이 시작될 무렵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였다.

“…평범하게 출근해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퇴근해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과 웃으며 휴식을 취하는 ‘보통의 삶’을 잃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피해자가 보통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하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결론적으로 다행”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추행에 대해 법의 판단을 받고자 했지만 (박 전 시장 죽음으로) 봉쇄됐습니다. 판단을 받을 길이 봉쇄된 피해자에게 판사가 이렇게라도 피해를 언급해 주었습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에겐 뼈 아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와 부당한 공격이 그나마 주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씁쓸하면서도 다행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A씨가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본인과 함께 지냈던 동료가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되는 상황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나오던 마음에 부담을 갖게 된다. 판결에 대해 설명해줬고, 피해자는 ‘판사님이 박 시장의 추행 건에 대해 언급해줘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만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A씨 본인과 어머니·아버지·남동생 등 가족 모두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2차 가해로 가족 전부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대해서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또 “A씨 동생은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누나가 가족들만 걱정한다’고 안타까워 했다”며 “이제 그와 가족들이 보통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일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나 피해자의 신상이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된다”면서 “서울시 내부에서나 구할 수 있는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고 해석해 공개하기도 했다. 2차 가해의 빌미로 이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 자료를 제공한 사람이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법에 피해를 호소한 사람이다. 법에 따라 고소하고 가명으로 조사 받았다. 그런데 실명과 사진이 공개되고 2차 가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어디로부터 그런 정보가 나갔을까. 서울시 내부에서부터였을 것이다. 서울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적절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A씨 피해가 정치적인 의미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매우 모순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했다.

“정치적인 관점으로 이 사건과 피해자를 보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가 어느 진영의 사람인지에 따라 국회의원들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합니다. 과거 여성 검사가 성범죄 피해를 이야기하며 ‘미투’에 나섰을 때는 증거도 없고 확인된 내용도 없었지만, 지금 피해호소인이라고 했던 이들 중 누구도 그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하거나 지지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얀 꽃을 들고 피해자를 응원했습니다. 가해자가 나의 진영이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그런 시선이 모순적입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피소 예정 사실을 박 전 시장 측에 알린 의혹을 받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기만적”이라고 했다. 그는 “남 의원이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렀던 분이다. 자기 성찰적인 반성을 피해자에게 해야 한다. 현존하는 피해자가 있는데 언론에 이런 의견만 공개하는 건 피해자를 두고 기만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그 법들은 어떻게 문턱을 넘지 못했나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