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뒤쳐지나" 패닉바잉 급증…'영끌 · 빚투' 증시 조정 땐 위험
최근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주부, 은퇴한 고령층까지 성별·나이·직종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나서는 등 투자열풍이 거세다. 문제는 철저한 준비없이 빚내서 투자하는 경우도 많아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갈 경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결혼 생활 5년차에 접어든 이모(40)씨는 ‘내 집 마련’이란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적금을 넣고 있었다. 하지만 나날이 폭등하는 집값과 제로금리 시대에 ‘주식’만이 살길이란 생각으로 모든 적금을 깨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일명 주린이(주식 초보자)인 이씨는 부족한 투자 지식에 한 종목에 올인했고, 그 결과 손실이 커지면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정년퇴직 후 받은 퇴직금을 바이오주에 몰빵한 정모(65)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백신 기대감에 바이오주 전망이 밝다는 말만 믿고 투자에 나섰으나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최근 급락하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 연초부터 ‘빚투’, ‘패닉바잉’ 과열 양상
최근 ‘포모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 고립 공포감)’에 빠져 섣불리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개미들이 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주식으로 쏠리기에 ‘나만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무서운 속도로 급등하자 한발 늦은 초보투자자들이 황소장에 뒤늦게 올라타기 위해 패닉바잉(공포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지 못했으니 주식으로라도 만회하자” “집값 상승으로 들어온 돈은 없지만 그래도 자산이 불어났으니 주식에 투자해 재산을 더 늘려볼까”라는 보상심리와 헛된 욕심에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또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이 오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용이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주식 초보자들도 흔히 목격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냉정하게 투자에 임해야 한다며, 단기 수익보다는 나름의 투자 원칙아래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신용거래융자 금액 20조 넘어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4일부터 7일까지 미래에셋대우·KB·NH투자·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신규계좌 개설 수는 42만9133개에 달했다. 이 증권사들의 지난해 신규 계좌 개설 수는 700만개 이상으로 2019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8일 하루 동안 신규 계좌 5만3270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2030세대 투자자들이 다수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65조6000억원이었는데, 지난 12일 기준 74조4000억원으로 8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회사에 맡긴 돈으로, 74조원을 넘은 것은 역대 처음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8거래일 동안 10조8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1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4조원대의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다. 특히 개미들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6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3조8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금액인 6조2380억원 중 약 71%에 해당한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 속에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 잔고는 20조3221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9년 전체 평균 9조213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증시 과열 양상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재개돼 증시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왼쪽부터)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가 코스피 3000 돌파를 축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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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조정시 손실 확대 우려
영끌과 빚투가 이어지는 증시 과열 양상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차입을 통한 주식매수는 반대매매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고 단기 주가 급등 이후 단기 반전의 가능성도 높기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가 더 가팔라지는 국면에 가면 이상 증후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내가 가진 주식이 1%인데 빚을 1% 이상 더 낸다면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힘들어질 수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개미들이 반대하는 ‘공매도’가 재개돼 증시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공매도를 3월에 재개하겠다는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개별 기업 실적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며 “공매도 시행 전에 주가가 더 오르면 조정 요인이 되겠지만 시장이 앞서 조정을 많이 받으면 공매도 재개 후 영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증시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비이상적인 과열 상태로 여겨진다”며 “통상 단기과열 국면 이후 급격한 조정이 오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했을 때 공매도를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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