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9일 남겨두고 오바마 전 정부 결정 뒤엎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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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임기를 불과 9일 남겨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놨던 결정을 5년 만에 뒤집은 것으로, 당시 이뤘던 '데탕트(긴장 와해)'를 재현하려던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는 이번 결정이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쿠바가 "국제 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한다"면서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쿠바가 미국인 도주자와 콜럼비아 반군 등을 숨겨주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원했다면서 재지정 이유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쿠바가 "이 지역 전반에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다시 한번 쿠바 정부에 책임을 묻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면서 "(쿠바) 카스트로 정권은 국제 테러 지원과 미국 사법제도의 전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기존에 포함돼 있던 북한, 시리아, 이란에 쿠바가 추가된다. 쿠바는 1982년 3월 남미 내란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가 2015년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쿠바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서 미국에서 쿠바로의 여행, 송금 등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임기 중 쿠바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온 트럼프 정권이 임기 종료를 불과 9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오바마 전 정부의 결정을 뒤엎은 것이기도 하다. 2015년 오바마 정부는 54년 만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집권한 트럼프 정권은 쿠바를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와 함께 '폭정의 트로이카'라고 부르며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외신들은 이번 재지정이 이달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바꿀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AP는 쿠바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약속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은 "위선적"이며 "정치적 기회주의"라고 비난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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