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사실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비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수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회장 선거는 어느 때보다 관심이 더 뜨겁다. 4년 전 대한야구협회, 대한소프트볼협회, 생활체육 등 3개 단체가 통합하며 선출된 김응용 현 회장 이후 협회를 지휘하게 되는 회장이라는 점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선거는 3파전이다. 기호 1번 이순철(60) 후보, 2번 이종훈(53) 후보. 3번 나진균(53) 후보는 후보 등록 후 7일부터 벌인 선거운동을 11일 마감한다.
왼쪽부터 KBSA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순철, 이종훈, 나진균 후보. 사진=이순철, 이종훈, 나진균 후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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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12일 오전 9시부터 선거인들의 모바일 투표로 이뤄진다. 투표는 오후 2시에 마감되고 곧바로 당선인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안갯속 구도다. KBSA 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192명의 선거인단이 온라인 투표로 가린다. 역시 역대 선거와 달리 시·도협회장뿐만 아니라 선수, 심판, 동호인 등 다양한 구성원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 어느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기 힘들다.
MK스포츠는 회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3인 3색인 KBSA 회장 후보들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봤다.
▲ 기호 1번 이순철 후보
▪ 강점(strength)
이순철 후보의 강점은 ‘인지도’다. 아마추어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 성인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1985년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해태 왕조의 중심에 있었던 레전드, 스타플레이어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한 뒤 LG트윈스 사령탑, 히어로즈 KIA 코치 등 지도자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국가대표 코치로도 일했다.
특히 해설위원으로 날카로운 시각을 선보이는 등 야구 현장을 떠나지 않는 야구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또 삼성 소속인 아들 이성곤(30)도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이 후보는 야구 학부모의 위치에서까지 야구를 생각했다고 어필하고 있다.
▪ 약점(weakness)
하지만 야구인 출신이라는 점을 역으로 약점으로 보는 눈들도 많다. 이순철 후보는 출마 선언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장, KBO 기술위원과 자문위원, KBSA 이사로서 야구행정에 대한 식견이 넓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퇴선수 모임과 KBSA는 단체 성격부터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기술위원회 위원과 자문위원도 현실 행정과는 동떨어져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또 이순철 후보가 엘리트 선수 출신이기에 소프트볼, 여자야구, 생활체육 야구 등 협회 내 타 종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 기회(opportunity)
인지도가 높은 이순철 후보가 당선될 경우, KBSA의 존재감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출범 후 대한야구협회는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야구와 소프트볼협회가 통합하기 전에는 사고 단체로 전락하기도 했다. KBSA 자체 홍보에도 이 후보의 인지도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우호적인 시선이 많다. 또 프로야구에 영향력이 있는 이순철 후보이기에 KBO와의 소통에도 긍정적인 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 위협(threat)
이순철 후보는 위협 요인도 뚜렷하다. 이순철 후보는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SBS 해설위원을 겸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록 KBSA가 아마추어 야구, 소프트볼 등을 아우르는 단체이지만, 이해 충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시선도 있다.
또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서의 부정적인 평가도 이 후보의 위협요소 중 하나다. 이 후보는 지도자로서 다소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해설위원으로 ‘모두까기’라는 새로운 해설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직선적인 이 위원의 스타일에 상처를 받은 야구인들도 많다. 구성원을 보듬어야 하는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공언한 대로 원활한 소통으로 풀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 은퇴선수협회장 시절 불거진 금전 문제도 이 후보의 부정적인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 기호 2번 이종훈 후보
▪ 강점(strength)
이종훈 후보는 이번 KBSA 회장 출마자 중 유일한 기업인이다. 자동차 부품 및 일반 산업용 부품 전문 기업인 DYC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했다는 점이 이 후보의 강점이다.
이종훈 후보도 자신의 강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협회의 재정 건전, 재정 안정을 통해 행정의 안정까지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후원 유치는 물론, 자기 자신도 지갑을 활짝 열겠다는 각오다. 김응용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을 지내면서도 재정,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야구계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통하며 확실한 이미지를 굳혔다. 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영어가 능통하다는 점도,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뒷받침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제화 시대인만큼 한국 야구의 세계화도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를 다른 후보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KBO 리그 구단주들과 친분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종훈 후보만의 뚜렷한 강점이다.
▪ 약점(weakness)
타 후보에 비해 낮은 인지도는 이종훈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경기인 출신이 아니기에 야구 현장과의 원활한 호흡, 소통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인지도가 낮으면 실제 투표에서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회장이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야구인들도 많다.
▪ 기회(opportunity)
다만 재정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종훈 후보가 당선될 경우, KBSA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정’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KBO 지원금에 의존하는 협회의 실정에 재정 문제 해결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시선이 많다. 또 야구 실력에 비해 세계 야구 무대에서 미국, 일본 심지어 대만보다도 입김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오히려 기업인 출신이기에 기존 엘리트 야구는 물론, 소프트볼과 여자야구 등 엘리트 야구에 비해 소외됐다고 느낄만한 타종목과의 진정한 통합도 도모해볼 수 있다. 이 후보가 주먹야구라 불리는 베이스볼5 활성화를 공약에 포함 시킨 것도, ‘야구소프트볼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점도 기타 종목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 위협(threat)
다만 타후보들의 잇단 후원 유치 공약으로 기업인으로서 강점이 상쇄돼고 있는 부분은 위협 요소로 볼 수 있다. 이순철 후보만 해도 다수의 기업과 후원 유치를 발표하며 재정 문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나진균 후보는 야구발전기금 조성 카드를 들고 나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국제기구와 소통이라는 강점을 발휘할 여지가 적어진다는 것도 위협 요인으로 볼 수 있다.
▲ 기호 3번 나진균 후보
▪ 강점(strength)
나진균 후보의 강점은 다양한 행정 경험이다. 프로야구 LG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나 후보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 대한야구협회 사무국장,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전무이사 사무총장 등을 지낸 나진균 후보는 스포츠 행정전문가로서 20여년 간 활동해 온 이력을 내세우고 있다.
실무 행정을 총괄했기에 협회 살림을 샅샅이 잘 알고 있다는 점은 타후보와 차별화 되는 요소다. 여기에 이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누적돼 온 KBSA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혁 의지가 강하다. KBO의 종속된 단체라는 성격이 강한 KBSA의 독립 의지도 강하다.
▪ 약점(weakness)
다만 이순철 후보, 이종훈 후보와 비교했을 때 후원 협약 등 현실적인 재정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야구발전기금, 지역 꿈나무 지원 모금 행사 등을 들고 나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모금만으로 재정을 확충할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시스템 구축 등 나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많긴 하지만, 결국 재정이 뒷받침 돼야 현실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선거인단에게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과 결탁한 야구계 사유화 시도가 우려된다.
▪ 기회(opportunity)
개혁 성향인 나진균 후보가 당선될 경우 KBSA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해소할 수 있다. KBO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도 살릴 수 있다. 나진균 후보는 현재 KBO가 주인인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을 빌려 쓰는 협회 사무국을 목동구장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떨어진 KBSA의 위상과 존재감을 세우겠다는 높은 의지를 엿 볼 수 있다.
▪ 위협(threat)
개혁 성향인 나 후보의 반대파도 뚜렷하다는 게 위협요소다. 2016년 부당해고로 대한야구협회 사무국장에서 물러난 뒤 협회와 서로 여러 건의 고소 고발을 주고받으며 악연을 쌓았다. 결과는 모두 나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나 후보가 회장이 될 경우 협회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의 야구계 시선이 많다. 통합 단체로서 상생과 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KBSA가 자칫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야구에 마케팅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학생을 상업적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도 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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