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의사당 창문 깨고 난입‥경찰과 권총 대치
1812년 미·영 전쟁 이후 최초 의사당 난입
선거인단 투표용지함 보호는 성공
공화당도 규탄 나서
각료들 트럼프 탄핵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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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 의회 의사당이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에 점거된 사태는 두고두고 회자될 미국 정치사의 '악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의사당은 삼권 분립을 강조하는 미 정치의 상징적 장소다. 그렇다 보니 정치사에서 굵직한 변곡점마다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CNN방송은 의사당이 침입당한 것은 1812년 미영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난 대선 TV 토론의 사회를 본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 이후 이런 모습을 처음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자극받은 폭도들이 의사당을 휩쓸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역사는 선거에서 진 대통령이 선동한 오늘 폭력을 국가의 엄청난 불명예와 부끄러움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문 깨고 의사당 진입…총기 대치도= 이날 사태는 미 의회가 오후 1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개시한 후 벌어졌다. 시위대는 백악관 앞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연설을 들은 후 거리 행진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외 집회 연설을 통해 이들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기대됐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애리조나주 선거인단 결과 확인 도중에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인증을 반대했고 토론이 시작됐다. 우려와 달리 공화당 원내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유권자와 법원, 주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훈계하고 나서며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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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인 2시15분께 시위대가 의사당에 진입했다. 경찰이 막아섰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시위대는 창문을 깨고 의사당 내로 난입했다. 탈출 명령이 내려졌고 의사당과 부속 건물에 있던 의원들이 속속 빠져나왔다. 회의를 주도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외부로 대피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의원들은 하원 회의장과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시위대와 대치했다.
의회 경찰은 회의장 입구를 차단하고 난입에 대비해 총을 꺼내 들고 맞섰다. 그 사이 시위대는 의사당 내를 유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사무실은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법집행관의 총에 맞아 실려갔고 결국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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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선거인단의 투표용지함이 훼손을 피한 것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한 의회 직원이 투표용지함을 피신시켰다. 이 함이 사라졌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선거 결과 인증에 큰 혼란이 불가피했다. 엄청난 생채기를 입었지만 미 의회는 이날 당선인 인증 절차를 지속했다. 펠로시 의장은 무장 인력이 의사당의 안전을 확보한 후 "폭도들의 공격도 우리가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는 책임에서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밤 중으로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공화당 인사들도 트럼프와 선 긋기…탄핵론도 불거져=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부통령과 미 내각은 당장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면서 "아첨꾼들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설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미 수정 헌법 25조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4항에는 부통령과 각료 절반 이상이 대통령이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의회에 통보하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 인증에 반대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선거 결과 인증에 가장 먼저 반대한 조시 홀리 상원의원도 이번 점거 사태를 규탄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 사태는 오늘 대통령이 유발한 것"이라며 "반란 사태"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시위대들에 평화적으로 집에 돌아가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삭제하고 트럼프 대통령 계정을 12시간 동안 동결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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