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시위대에 대선불복 시사 연설
시위대 의사당 몰려가 시위…군까지 투입
조 바이든 승리 확정 절차 1시간만에 중단
펜스 부통령, 트럼프 투표 재인증 요구 거부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난입 및 불법 폭력 시위로 얼룩졌다. 6일(현지시간)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 의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승리 확정 절차를 앞두고 의사당에 난입, 의사 일정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으로 여겨졌던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 의회 의사당이 일시적으로 시위대에 의해 점거되고, 군이 투입되는 등 무법천지에 놓인 것이다.
경찰이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도 무용지물이었다. 시위대는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 등으로 대응하는 경찰의 제지를 뚫고 의사당까지 난입했다. 이들 일부는 상원 의장석을 점거해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고, 하원 회의장 앞에서 권총을 꺼내 들어 의회 경호인력과 대치했다.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에 오르는 이들,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 등 미국 민주주의와 공권력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들의 목적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선된 차기 대통령의 승리를 의회에서 확정짓지 못하게 하려는 데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 난입으로 바이든 당선인 승리를 최종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는 개시한 지 1시간 정도만에 급히 중단됐다. 상원 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하원 회의를 이끌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워싱턴DC 인근 육군 기지인 ‘포트 맥네어’로 긴급 대피했다. 워싱턴DC 주방위군 1100여명과 인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에서 각각 200명씩 파견된 주방위군이 의회로 배치됐고, 미 연방수사국(FBI)도 지원 인력을 파견했다.
이날 합동회의는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지난달 14일 실시한 주별 투표 결과를 최종적으로 인증하는 절차다. 과거 이 과정은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법적 절차로 간주됐다. 시위대는 이 절차를 무력화하고, 마지막 대선 뒤집기를 시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가 이런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대선 불복 의사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지지자 수천 명 앞에 나서 또 한 번 대선결과를 자신이 승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시위대의 ‘행동’을 독려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우리는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각 주에 투표결과를 재인증하라고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상원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펜스 부통령은 회의 전 자신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폐기할 권한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결국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바이든 당선을 확정짓는 의사 일정이 진행 중인 의사당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사당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경찰이 허둥대는 사이 일부가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경찰 여러 명이 부상 당했고, 의회에서 여성 1명이 가슴에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트위터에 “지금 귀가하라”는 메시지를 올렸지만, 여전히 “선거를 도둑 맞았다”면서 대선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미 델라웨어주 월밍턴 소재 자신의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시위대를 향해 “선출직 관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민주주의가 현대사에서 본 적이 없는 전례없는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강력 규탄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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