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육성 방향성·기준 재정립…"LG 출신 지도자 다르다는 것 보여주겠다"
유광점퍼를 입고 감독실에서 포즈를 취한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올해 성적과 선수단 운영 등에서 예년보다 진일보한 성과를 냈다면, 2020년 11월의 어느 가을밤을 반추해볼 만하다.
LG는 그해 11월 25∼26일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전 코치진이 참석한 워크숍을 열어 류지현 신임 감독 체제에서 2021년을 맞이하는 결의를 다졌다.
2021시즌 구상과 스프링캠프 준비로 여념 없는 류 감독에게 6일 전화 통화로 들어보니 당시 워크숍은 단순히 '잘해보자'고 모인 행사가 아니었다.
선수와 지도자로 27년간 LG 쌍둥이 유니폼을 입고 마침내 사령탑에 앉은 류 감독이 직접 주제를 준비하고 회의를 진행하며 구단 전 프런트, 코치진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류 감독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얘기를 듣고 친목을 다지는 틀에 박힌 워크숍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선수 육성의 방향성, 유망주 선별의 기준 등을 구단 스태프와 1, 2군 코치진이 모두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같이 가자는 취지에서 그런 토론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규홍 LG 스포츠 사장,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1994년을 끝으로 26년째 한국시리즈 우승 맛을 보지 못한 LG 트윈스는 바깥에서 데려온 여러 감독에게 명가 재건을 맡겼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당장의 성적에 치중한 나머지 구단 운영의 대계를 세울만한 여력이 없었다.
1군과 2군 코치진, 구단 프런트의 생각이 각각 달랐다. 그 사이 '화수분 야구'라는 색깔과 일관된 방향성으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자 LG의 처지는 더욱 옹색해졌다.
'참을 인'(忍)자 새기고 2021시즌 준비하는 류지현 LG 감독 |
류 감독은 "그간 우리가 선수를 잘못 뽑았나, 아니면 육성법이 좋지 않았나를 두고 워크숍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며 토론에 몰입한 나머지 같은 식구끼리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워크숍을 거쳐 류 감독과 LG는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선수들의 체력과 몸 상태 등을 책임지는 트레이닝 파트의 견해를 존중해 신인들의 1군 데뷔 시점을 조정한다.
류 감독은 "고교, 대학 등을 졸업하고 이제 막 프로에 온 신인들의 컨디셔닝으로는 프로의 훈련을 당장 따라오기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며 "이들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트레이닝 파트에서 OK 사인을 주기 전까지 먼저 나서서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자 신인급 투수들이 무리하게 던지는 일도 사라진다. 연습 경기 일정에 맞춰 선수를 기용하던 패턴도 선수가 준비되면 연습 경기를 잡는 것으로 바뀐다.
아울러 코치진, 구단 프런트와 협의로 투수 7명과 야수 6명 등 키워야 할 집중 육성 유망주 13명을 선정해 올해 한 해만큼은 꾸준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류 감독은 "팀 성적은 정말 중요하다. 그보다도 팀의 체계를 갖추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며 "LG 출신 지도자는 다르다는 점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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