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복지회 “스트레스 치료기록”
학대 신고 의사 “정인이 영양상태 못걸을 정도로 나쁘고 멍도 많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보도된 정인이 입양 전 모습. / SBS 그것이알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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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는 생후 7개월이었을 때 양부모에게 입양됐다가 지속적 학대 끝에 9개월 만에 숨졌다. 입양 당시 홀트아동복지회와 법원은 양모(養母)가 정신과 치료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입양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정인이의 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정인이의 양부모는 작년 1월 가정법원으로부터 입양 허가를 받았다. 입양 기관은 각종 서류 검토와 상담, 교육을 통해 양부모가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지 판단해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한다. 복지회 관계자는 “당시 정인이 양모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확인해 법원에 제출했는데 법원에서 허가 결정이 났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 기록은 홀트아동복지회가 양부모의 5년치 요양급여 확인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번역가로 일하던 양모가 한 복지 단체와 임금 체불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였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회 관계자는 “정인이 양모가 의료보험을 활용하지 않고 정신과에 다녀 기록으로 남지 않은 치료 사실이 추가로 있다는 것도 최근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아동 학대 방지단체 대표는 “내가 모르는 사례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는데 입양이 진행됐다는 사례는 개인적으로 들어본 적 없고 굉장히 의아하다”고 했다.
국내 최고령 입양아 위탁모 전옥례(75)씨는 ‘정인이 사건’의 한 원인으로 취약한 입양 가족 사후 관리 제도를 지적했다. 전씨는 “1998년 미국에서 입양 가족 모니터링 제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은 입양 후 1년 동안 법원에서 모니터링 기간을 가진 후에야 자녀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은 작년 9월 정인이 학대 사실의 마지막 신고자였던 소아과 의사 A씨의 112 신고 전화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A씨는 작년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에 다녀간 직후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한 인물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오늘 데리고 온 아이 보호자는 어린이집 원장님이다. 과거에도 경찰이랑 아동보호기관에서 몇 번 출동했던 아이라고 한다”며 “한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우리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멍이 옛날에 자주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신고를 받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출동해 아동 학대 여부를 조사했으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동보호기관은 정인이를 다른 소아과에서 진료를 보게 했는데, 그 소아과는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을 내렸다. 정인이를 구할 몇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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