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출마자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권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각종 악재로 공식 출마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데 반해, 야권은 잠재적 후보군에 있던 대어급 주자들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거나 사실상 출마 의사를 굳히면서 초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여당에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 명밖에 없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 등은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까지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5일에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표 주자인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김웅·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기존에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김선동·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을 합하면 후보군만 1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치열한 초반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야당 출마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여권에선 아직까지 나선 후보가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뿐이지만, 야권에선 박형준·이언주·박민식·유재중·이진복 전 의원 등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고 5일에는 1971년생 '젊은 피'로 통하는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부시장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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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부시장은 "지금 부산은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1년간 경제부시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수없이 들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최근 박 부시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국민의힘 측에서 출마 요구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시장은 2019년 3월 기획재정부 국장 신분을 유지하면서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그해 12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임용됐다. 박 부시장은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을 동시에 합격한 수재로 알려졌으며 기재부에서 주로 근무했지만 대통령비서실과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야권의 이 같은 '출마 러시' 움직임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야권에 유리하게 나오고 있는 데다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대표의 등판으로 선거판이 흥미로워지면서 경선 참여만으로도 후보가 얻을 수 있는 '당근'이 많아졌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야권 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일부 후보는 경선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이 가진 정책과 소신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출마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어급' 후보에게는 이번 재보궐선거 경선과 본선 모두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가 될 수 있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등에서 몇 차례 패배를 맛본 안 대표는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거나, 선출된다고 해도 선거에서 지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원내대표 역시 입장이 비슷하다. 특히 오 전 시장은 꾸준히 대선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기 1년짜리 시장 선거의 승패는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과 나 전 원내대표는 개별 출마를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끼리 단일화해 안 대표를 꺾고 야권 단일 후보로 올라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영선·나경원 두 후보의 가상 대결 구도에서 박 장관이 오차범위 안에서 나 전 원내대표를 이기지만, 안 대표는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지지율로 박 장관을 앞서고, 오 전 시장은 오차범위 수준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상 야권이 단일화를 하면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부산시장 선거는 지역 분위기가 야권에 유리하다는 점이 후보가 많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매일경제와 MBN이 지난 3일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길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산 지역 응답자 중 42.8%가 국민의힘이 승리하길 원한다고 답변해 민주당 승리를 원하는 비율(16.9%)을 압도했다. 일단 야권 후보로 선출되면 선거 본선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박형준·이언주 전 의원이 가장 유리하지만, 아직 선거가 4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안갯속이다.
[박인혜 기자 / 박제완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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