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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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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 취급” “극악무도” MB·朴 측근, 사면론 번복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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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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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사면 카드’에 대해 여당이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제동을 걸자 두 전직 대통령 주변에선 “노리개 취급하는 거냐” “사면을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 등 거센 반발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반성을 전제로 한 사면 주장은)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결국 정치적 보복으로 잡혀갔는데 내주려면 곱게 내주는 것이지 무슨 소리냐는 게 당사자들의 입장 아니겠냐”고 했다. 또 “대법원 판결은 판결이고, 정치적 보복에 대한 억울함은 (별개)”라고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을 놓고서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굉장히 어이가 없는 것은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이) 아니면 말고 식이 되어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가 슬슬 발 빼고 해프닝처럼 없어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는 이슈”라며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놓고 노리개처럼 취급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옛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전 의원은 연합뉴스에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이제 와서 당사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아주 비도덕적인 요구”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전 의원도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사면을)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이낙연 대표가 지난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친문계를 중심으로 곧바로 반발이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며 “친일과 독재의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당원 게시판 등에는 “우리가 왜 촛불을 들었느냐” “이낙연 지지 철회한다”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사면 제안 이틀 만인 지난 3일 최고위원 긴급 간담회를 소집했지만 당 지도부는 회의 후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결론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우리는 촛불 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데 공감했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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