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으며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을 둘러싼 이슈가 여당 대표를 통해 불거졌다는 점도 대응을 조심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청와대가 부정적 반응을 내놓는다면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곤혹스러움이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자마자 청와대와의 '사전교감' 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논란의 불똥은 이미 청와대로 번진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과 관련해 사전 교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이슈는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선고 일정이 문 대통령 발언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먼저 밝히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권 대선주자들의 '자기 정치'가 2021년 정국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안정적 국정 마무리가 초점이지만 여당은 정권 재창출이 최우선 과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역대 대선에서 여당 대선주자들이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정치 공간을 넓힌 것은 대선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전남도지사, 국회의원 등 폭넓은 국정 경험을 토대로 한 안정감이 강점이다. 그러나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여당 내부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도 고전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면론은 중도·보수 쪽으로 외연을 확장할 카드가 될 수도 있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앞으로도 여권 대선주자들은 본인의 대선 시간표를 토대로 정치 밑그림을 짤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물론이고 여권의 다른 대선주자들도 상황에 따라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임기 5년 차를 설계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불안 요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국정동력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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