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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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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사면론’ 제기…이낙연의 ‘승부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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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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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새해 첫날부터 정치권은 후끈 달아올랐다. 찬반은 물론, 왜 이낙연 대표가 이 시기에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제기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 안팎에선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사안을 놓고 섣불리 접근하면 정치적 계산으로만 비칠 수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대표는 왜?

최근 이 대표의 행보를 보면 모두 ‘통합’이라는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0일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고, 신년사에서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사면론 역시 통합, 화합이란 열쇳말로 설명 가능하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정치권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통합된 힘으로 전진하자는 취지”라며 “야당도 그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흐름을 읽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어차피 곧 사면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으니, 여당 대표가 야당보다 먼저 사면론을 꺼내 듦으로써 통합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뜻이 담긴 셈이다.

‘통합형 리더’는 ‘돌파형 리더’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조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본소득 이슈 등 정책적 의제로 이재명 지사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사이, 이 대표는 ‘슈퍼 여당’을 이끄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 ㄱ은 “최근 이 대표의 지지율이 내리막길이다 보니,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별화된 통합 이미지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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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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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데는 4월 보궐선거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고 4월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보수층의 가슴에 맺혀 있는 ‘한’을 풀어주면 상대 진영이 결집할 요소가 사라져 선거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내 분위기는 냉랭

하지만 민주당 내 분위기는 냉랭하다. ㄱ의원은 “당내 소통이 없었다. 이해하기 힘들다. 사면은 국민감정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전직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끼쳤던 폐해가 매우 크다”며 “형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사면하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 ㄴ은 “탄핵은 국민이 시켰는데, 국민 동의 없이 정치인들이, 그것도 대법원 판결도 나기 전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 ㄷ은 “이 대표가 최근 최고위에서 국민통합 관점에서 사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듯 한 적이 있지만 새해 첫날부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며 “지지층에서 논란이 큰 사안이다. 타이밍도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 ㄹ도 “코로나 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집중해야 할 새해 첫날에 첫 메시지로 ‘전직 대통령 사면’을 얘기하는 건 옛날 정치 스타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의 승부수 성공할까?

정치적 올바름과 별도로, 이 대표 본인에게 사면론이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당 관계자는 “막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는데 아무도 사면 얘기를 안 하면 저쪽이 결집할 수 있으니 야권 유권자들의 결집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보궐선거에서 사면론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이 많다. “차라리 이 대표 본인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강단 있는 모습으로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정치적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코로나로 힘든 국민의 삶에도, 한국의 미래에도 별 영향이 없는 이슈” 등의 평가다. 재선 의원 ㄴ은 “사면에 필요한 전제조건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운명이 달린 선거를 위해 사면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비친다.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재선 의원 ㄹ은 “이 대표는 친문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지지자들이 싫어할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자기 색깔을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며 “당내 반발, 지지층 반발을 어떻게 뚫고 나가는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원철 노지원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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